공들여 키운 유학생 떠나는데…버스기사·가사관리사는 인력 수입

공들여 키운 유학생 떠나는데…버스기사·가사관리사는 인력 수입

높은 취업비자 전환 허들에 정책 유명무실
정부·지차제 엇박자에 키워 놓은 인재 유출
“지역에 맞춰 취업 비자 확대 방안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4-11-22 06:00:10
입국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진=박효상 기자 

숙련된 전문 외국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전문대학 유학생 제도가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높은 취업비자 전환 허들에 정작 공들여 키워 놓은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반면, 당장 인력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은 해외서 외국인 인력을 들여오고 있어 비자 제도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전문대학에 입학한 유학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서 확인한 올해 전국 전문대학 외국인 학생 수는 2만2303명으로, 전년(1만7116명) 보다 42.0% 늘었다. 전문대학은 취·창업 경쟁력을 갖춘 현장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한국서 배운 전문 기술…높은 취업 허들에 귀국

매년 수많은 전문대학 유학생이 졸업 후 사회로 나오지만,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신덕상 서정대 국제교류원장은 쿠키뉴스를 통해 “전문인력(E7)으로 취업하지 못한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귀국시키는 대신 비전문인력(E9)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지역 전문대학에서 좋은 인재를 길러도 취업하기 너무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9 전환은 유학생에겐 ‘그림의 떡’이다. 예컨대 A국가 100명(쿼터제)을 한정해 비전문인력의 국내 입국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A국가 출신 유학생은 예외다. 유학생은 한국어 능력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만, 졸업 후 취업 허용 분야가 사무·전문직(E1~7)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7는 취업 분야마다 제약 지침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다. 실질적으로 유학생들이 E7으로 전환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매년 이 분야로 비자를 변경하는 비중이 6% 정도에 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1~6 역시 교수, 변호사 등 특정 자격을 가졌거나 정부 또는 기관의 초청을 받은 자 등이 해당돼 유학생은 해당되지 않는다. 

신 원장은 “E7 비자 직종에 해당이 안 되면 취업할 수가 없다. 취업이 가능한 업종이어도 기준이 까다롭다”며 “예컨대 E7에는 미용업이 해당하지 않아 미용사로 취업할 수 없다. E7으로 호텔리어가 될 수 있지만, 외국인 투숙객이 40% 이상인 호텔만 가능하다. 규모가 작은 호텔에선 유학생 인력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여행사도 상장회사인 경우에만 채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마을버스. 서울시

인력 부족에 해외서 외국인 인력 모셔온다  

같은 시간, 사회 곳곳에선 인력에 구멍이 생기며 외국인 대체 인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약 140개 가정에 투입된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은 E9로 국내에 들어왔다.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추진 중인 시는 지난달 국무조정실에 E9 비자 발급 대상으로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전문 인력으로 새롭게 업종을 등록하고 확대하기 쉽지 않은 E7에 비해, 비전문인력으로 기준이 까다롭지 않은 E9을 확대하는 게 용이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통계청의 ‘2023년 국제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2021년 1만2000명에 불과했던 비전문취업 입국자는 2022년 8만7000명으로 폭증하고, 지난해에도 9만1000명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나서서 비자 발급 대상 확대를 건의하고 외국인 인력 채용에 나서는 것은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급식·외식업계 등 산업별로 인력 부족은 이미 현실이 됐다. 지역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들도 외국 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 6월 ‘외국인력의 합리적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외국인 근로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을 개정해 유학생에게도 E9을 허용하기로 했다.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외국인 입출입을 관리하는 법무부 입장에선 불법체류 노동자 증가, 내국인 일자리 침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외국인 유학생. 연합뉴스

“기술 배우고 취업 위해 온 유학생, 고급 인력 잡아야”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장(순천향대 교수)는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내국인들을 상대로 대화를 하고 생활해야 하는데, 한국 문화와 언어, 매너를 갖춘 유학생 인력을 활용하지 않는가”라며 “전문대학 유학생들은 기술을 배우고 취업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왜 이러한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전문대학에서 버스기사 수업을 받거나, 보건 계열을 졸업해 (돌봄) 일을 할 수도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에서 교육받고 취업을 하면, 장기적으로 우리도 좋은 인재를 얻게되는 것이고, 지역에 (정주인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대학과 지역 산업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신 원장은 거제대학교를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하면서 “조선 인력 양성에 목표를 둔 거제대학교에서 졸업한 학생들이 지역 조선소로 취업하며 지역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학도 유학생들을 잘 가르쳐 취업시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완화를 위해 지난해 E9에 대한 조선업 쿼터를 신설한 바 있다. 

신 원장은 “전문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지역에 맞춰 (취업 가능) 비자를 확대하면 좋겠다. 예컨대 섬유회사가 많은 지역이면 섬유 전공을 특화해 유학생들을 배치하고, 용접회사가 많은 지역이면 관련 전문 기술을 교육하도록 전문대학들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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