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도민도 의아해하는 전북자치도의 ‘올림픽 유치’

[편집자시선]도민도 의아해하는 전북자치도의 ‘올림픽 유치’

지역 정치권과 소통 없이 전격 기자회견에 ‘불통 행정’ 성토
‘뜬금없는 도전’에 김 지사 연임 의식 ‘마구 던지는 것’ 아닌지

기사승인 2024-11-25 10:11:10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전북특별자치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전북자치도는 국가 균형발전과 ‘전통과 문화유산’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하계올림픽 국내 개최도시 신청서를 대한체육회에 정식 제출했다.

전북자치도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며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2036년 올림픽 슬로건 ‘Go Beyond, Create Harmony(모두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조화)’ 정신으로 승화해 세계인들이 한국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북자치도는 올림픽 기간에 수백만 명의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이 이뤄지고, 도민 결속과 사회 기반 시설 확충,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미래 도약’을 위한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 

전북연구원은 하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예상되는 경제적 유발효과가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특별시도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개최도시 신청서를 제출해 경합을 벌인다. 대한체육회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신청 도시에 대한 서류 검토와 현지 실사 등 심의를 벌인 뒤 국제위원회,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거쳐 내년 2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

이에 도민들 대부분은 ‘전북에서 갑자기 무슨 올림픽’이라며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올림픽 유치 도전이 ‘무모하다’는 반응이 많다. 

김관영 지사는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전하고 꿈이 이뤄지도록 전진하는 일”이라며 “더 큰 도전을 통해 전북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뜬금없는 도전’에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첫 술도 뜨지 않았는데 도청과 정치권 간의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전북 정치권은 김 지사의 ‘일방통행’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 전북 정치권은 도가 올림픽 유치에 도전한다는 기자회견 전까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하기 전에 정치권과 협의하며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도내 10명의 지역구 의원은 물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윤덕 의원에게도 철저히 비밀로 붙였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용역 준비 단계부터 전북이 가진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매우 아쉽다. 전북도 혼자서 사실상 중요한 작업을 끝마치고 국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게 들러리 이상의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성토했다.

전북자치도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의원들은 올림픽 유치 도전과 관련해 ‘불통 행정’을 지적하고 심지어는 ‘무시당했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또 전북자치도의회는 유치 추진과정 중 행정 절차에서의 적정성 문제도 제기했다.
 
전북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는 18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올림픽 유치를 위한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일시 중단된 상태에서 별도로 전북자치도에서 ‘올림픽 전북 대회시설 적합성 간이 조사’를 전북연구원에 요청한 점을 지적했다. 전북자치도 체육정책과는 올해 5월 1일 전북연구원에 올림픽 전북 대회시설 적합성 간이 조사를 5월 10일까지 기한을 정해 요청했으나 공문을 보낸 지 2개월 후인 7월 5일에서야 자료를 받았고, 전달 방식 적정성 또한 의문이다. 

그러나 전북자치도는 지난해부터 올림픽 유치를 구상했지만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미온적이었다가 지난 10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의 성공 개최를 계기로 국제행사 운영 능력을 인정받음에 따라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다 보니 사전에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석연찮고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전북자치도가 과연 유치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북자치도가 서울시와의 경쟁도 경쟁이거니와 본질적으로 국제적 관점에서 올림픽 개최지로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객관적인 여건으로 누가 봐도 유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체육회 역시 IOC가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후보지를 선정하려고 할 것이다. 

가장 활발히 유치 노력을 하고 있는 국가로는 멕시코(과달라하라·멕시코시티·티후아나·몬테레이), 인도네시아(누산타라), 튀르키예(이스탄불) 등이 있다. 칠레 산티아고도 IOC에 유치 신청을 했다. 이들 국가는 일찌감치 유치 선언하고, 바흐 IOC위원장 등 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핵심 관계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김 지사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에서 소통 부족에 대한 질타를 받고 도의회 본회의에서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결국 올림픽 유치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의회와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서난이 도의회 대변인은 도지사 설명회 직후 “기자회견과 다른 내용이 좀 나와야 했고, 도민에게도 관련 내용을 알리는 자리여야 했는데 비공개로 진행된 점은 문제”라며 “내용 자체도 의회 입장과 좀 다른 내용이어서 굉장히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도의 재정 부담에 대해서도 밝힌 자리가 아니어서 어떻게 보면 도지사 면피 자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깎아내렸다.

도의회는 또 최근에야 하계올림픽 유치 추진을 위한 예비비 사용을 요청한 점도 문제 삼고 ‘불확실성이 높은 올림픽 유치 사업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병관 행정부지사는 “불가피하게 예비비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서울시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실토했다. 김 지사가 엄밀하게 재지 않고 ‘마구 던지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와 도시는 많다. 정치인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정치 이력에 업적이 되어 대권 등 자신의 미래 행보에 큰 도움이 된다. 만일 전북자치도가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김 지사 또한 연임 가도에 탄력을 받고 대권가도까지도 꿈꿀 수도 있다. 그러나 치밀하지 않은 준비는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국제대회 유치는 잘못하면 잼버리사태 마냥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전북 체육인들이 오는 12월 2일 전북도 등과 함께 ‘전북올림픽 유치 기원 체육인 한마음대회’를 갖고 대대적인 출정식을 연다고 한다. 어쨌든 유치 신청을 한 만큼 도민 의지가 모아져 국내 개최도시 선정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나 지금의 분위기로는 크게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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