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은행장 임기가 모두 올해 말 만료된다. 교체가 사실상 확정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늦어도 내달 셋째주에는 여타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행장은 모두 올해 12월31일 임기를 마친다. 5대 은행장들은 통상 2년의 임기를 부여받고, 1년 단위로 연임이 결정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조병규 행장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불법 대출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조 행장이 당국에 늑장 보고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27일 1차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자회사 CEO 인선을 논의해 왔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임기 만료 1개월 전에는 후보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늦어도 오는 29일까지는 후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 숏리스트를 발표하지 않고 최종 후보만 발표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은행장 후보군으로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집행 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NH농협은행 이석용 행장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협은행은 은행장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다. 또 농협은행에서 올해 횡령사고가 재차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문제가 이 행장의 연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 2022년 12월12일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내정한 데 이어, 같은달 22일 농협은행장을 내정한 이력을 보면 올해도 비슷한 일정을 보일 전망이다.
KB국민, 신한, 하나는 유임에 무게가 쏠린다. KB금융은 오는 27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를 추천한다. KB금융 안팎에선 이재근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 행장은 지난 2022년 1월 취임해 2년 임기를 채운 뒤, 지난해 11월 1년의 추가 임기를 부여받았다. 허인 전 행장 역시 2018년부터 2021년까지(2+1+1) 3연임 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KB금융 계열사 경영진들의 거취는 12월 중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정상혁 은행장도 연임이 유력하다. 정상혁 행장은 직전 행장이 건강상 문제로 급작스레 물러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3조1028억원으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실적 개선과 함께 금융사고 이슈에서도 비껴갔다. 신한금융의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회의를 열고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정하기 위한 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자회사 경영진 인사에서 실적보다 내부통제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신한라이프와 신한카드도 무난한 연임이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지주회장은 숏리스트를 공개하지만, 자회사의 경우 공개하지 않아 왔다. 은행장 후보는 12월 셋째주쯤 공개될 예정이다.
하나은행 이승열 행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다. 이 행장은 취임 후 첫해인 지난해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하나은행의 올해 3분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한 2조7808억원이다.
이밖에 NH농협금융 이석준 회장과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의 임기도 각각 올해 말과 내년 3월 마무리된다. 이 회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인물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