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피터젝 회장,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크레이그 카이너 수석이 한자리에 모여 디자인 선도도시 서울의 역할과 미래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오 시장은 27일 서울 DDP 아트홀 2관에서 열린 ‘2024 서울디자인국제포럼(SDIF)’ 특별대담에서 “공공건축물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건물이 바로 DDP”라며 “수치보다 중요한 건, DDP가 한국 건축계에 준 충격이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름다운 건축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많은 기업인과 건축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건물을 설계해 줄 사람을 어떻게 찾을지 관심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날 특별대담은 ‘도시 경쟁력 견인의 원동력, 랜드마크’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좌장은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가 맡았다.
피터 젝 레드닷 회장도 서울이 세계 디자인 수도(WDC) 선정됐던 2010년과 비교해 현재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이 하나의 디자인 도시로 발전했다”며 “사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 시장은 세계 디자인 수도 프로젝트를 신청했고, 서울이란 도시가 미래 도시로 발전하는 잠재력을 가졌다는데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 생활, 건축, 문화 등을 보았을 때 국제적인 문화 도시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훌륭하다”고 말했다.
DDP 누적 방문객 수가 1억명 돌파한데 대해 크레이그 카이너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수석은 “예상을 뛰어넘는 방문객 수”라며 “전형적이지 않은 것을 (도전하는) 하는 건 쉽지 않다. 이런 낯설고 검증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태어난 DDP는 디자인 캠퍼스이자 시민 공간으로 성장했다”이라고 평가했다.
DDP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건축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앞으로 서울이 변화를 위해 어떤 건축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크레이그 카이너 수석은 “DDP와 같은 건축물을 도시에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DDP는 도시의 변화를 위해 축구장, 야구장을 허물고 들어온 시설인데, 주변에 노후 건물과 시장들이 있었다. 장소를 변화시키고자 디자인 개념을 제시했지만, 생소한 내용인 만큼 비판이 따랐다. 건설 중에 오래된 유물도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주변엔 동대문역사공원이 있고, 많은 시민이 오가며 장소는 변화했다”며 “(건축 과정에서 부딪힌 상황에 따라) 디자인을 계속 변경해야 했으나 이 모든 것이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현대의 기념비적인 건축물, 즉 랜드마크를 만드는데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 시장에 따르면 시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행정 체계로 바꿔가고 있다. 예컨대 노들섬에 건물을 지을 때, 과거에는 시가 건축 용도와 규모를 이미 정하고, 경쟁을 통해 설계안을 선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먼저 디자인을 공모하고 디자인 콘셉트를 경쟁하게 한다. 디자인 콘셉트가 정해지면 경쟁을 통해 세부 건축 설계를 선정한다. 이전보다 사업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건축물에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통해 독특하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인 건축물로 지하철 유휴공간을 활용해 조성된 ‘러너스테이션’을 꼽았다. “2년 연속 레드닷 수상을 했는데, 내년에는 어떤 출품작이 있을지 기대된다”는 피터 젝 회장의 질문에 오 시장은 “펀(FUN) 디자인 콘셉트로 많은 시도들이 서울시에서 론칭되고 있다”며 여의나루역에 마련된 러닝스테이션을 소개했다.
오 시장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달리기 열풍이 불고 있는데, 생활 속에서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개성있고 콘셉트 있는 지하철역이 만들어지고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계에 많은 큰 도시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생활 속을 파고드는 도시는 찾기 힘들 것”이라며 “서울시는 각가지 일상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일상혁명 속에 그린 디자인을 출품할 수 있을 것.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7~8년 이후 서울 시내에 멋지고 아름다운, 주목을 끄는 디자인이(건축물) 늘어나게 될 것이다.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 의해 하나, 둘씩 나타나는 변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엔 (디자인 건축이) 보편화돼 서울시에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 대부분을 이용할 때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날 (포럼에서 나온) 혜안을 정책에 담아 활용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