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뱅크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공시 당일 주가가 후퇴했는데, 밸류업 계획 안에 주주환원을 위한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6일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향후 3년간 보통주자본(BIS) 비율이 직전연도 주요 시중은행 평균을 웃돌면 주주환원을 현행 20%에서 50%까지 확대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상장 당시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오른 5만3700원에 출발하며 대장주로 등극했다. 한때 9만44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이듬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1만5800원까지 떨어졌다. 뒤늦게 기운을 차렸지만 카카오뱅크는 2022년 6월 이후로 공모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추이를 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원 초중반에 머물러있다.
밸류업 계획이 공모가 회복으로 이어질 진 미지수다. 공시 당일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고 장 마감 직전에서야 반등했다. 전날(27일)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협업 호재가 있었지만 3% 성장에 그쳤다.
시장도 시큰둥하다. 자사주소각 등 액션이 없는 조건부 환원은 희망고문에 가깝다는 평이다. 한 투자자는 “지금 떨어진 주가 보면 느끼는 게 없느냐”며 “미래 그런 말보다 지금 당장 주가상승이 필요하다. 지금 해야지 손실이 나도 들고 있는 주주들 생각 좀 하라”고 비판했다.
증권가도 의문 부호를 달았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회사가 올해 6.8%로 예상된 ROE를 2030년 15%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매우 도전적 목표”라고 진단했다. LS증권도 ROE 목표치에 대해 “매년 20% 수준의 이익 성장과 50% 주주환원을 가정해야 실현 가능한 다소 도전적인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에 카카오뱅크 측은 ‘외형성장’과 ‘주주환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주환원을 위한 최고 가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라며 “성장에 중점을 두고 주주환원도 균형 있게 가져가려는 게 밸류업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이뱅크 상장 무산도 인터넷은행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다. 케이뱅크는 기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2차례나 철회했고, 기회를 내년으로 엿보고 있다. 이를 의식한 토스뱅크(비바리퍼블리카)는 아예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증시에선 10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