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겠다는 NC, 잡겠다는 창원 [취재진담]

떠나겠다는 NC, 잡겠다는 창원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5-06-27 06:00:04

프로 스포츠 팀들의 연고지 이전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구단이 연고 이전의 배경으로 ‘열악한 행정 지원’과 ‘시설 투자 부족’을 지적한다. 반면 지자체는 ‘과도한 특혜 요구’와 ‘지역 밀착 부족’을 문제 삼는다. 서로 다른 목소리는 결국 파열음을 낸다.

최근에는 지자체의 행정 태도가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유치 당시의 적극적인 모습과는 달리, 구단이 안착한 이후 지원이 급감하거나 협약 이행이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는 구단을 지역 홍보 도구로 이용하면서 정작 실질적 지원은 인색하다”는 게 구단들의 입장이다. 지역 밀착 활동, 유소년 육성,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을 도맡고 있으나, 구단의 투자에 상응하는 행정적 파트너십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사례는 이 같은 갈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NC와 창원시의 갈등은 창원NC파크 구조물 추락 사고 책임 공방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설 안전에 대한 주체 간 책임 회피가 이어지는 사이, NC는 사실상 홈구장을 잃고 원정 위주의 ‘떠돌이 시즌’을 보냈다. 이로 인한 수익 감소, 일정 불균형, 관중 이탈 등 실질적인 피해는 구단이 떠안아야 했다. 

창원시와 관련 기관의 대처가 미온적이자 결국 NC는 최후의 보루인 ‘연고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30일 이진만 NC 대표이사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십을 모색하려 한다”며 “해외에선 연고지 이전 사례가 많다.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들은 충분하다. 다양한 방법들을 놓고 KBO와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지역사회 기부 활동과 유소년 지원에 매년 수억원씩 쓰고 있다. NC가 이 지역에서 노력한 것들이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불합리한 대우도 있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NC는 지난 5일 야구장 시설 개선, 대중교통 노선 확충, KTX 노선 확대 등을 포함한 21가지 요구사항을 창원시에 전했다. 앞서 NC와 창원은 2015년 새 야구장 협약을 맺었는데, 당시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게 NC의 주장이다. NC는 “330억원에 달하는 구장 사용료를 이미 납부했다. 이번 요청은 구단 유치 때 했던 약속 이행을 요청하는 제안”이라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창원은 그제야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며 ‘NC 달래기’에 나섰다.

NC만의 불만이 아니다.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타 프로 종목에서도 구단 내부적으로 연고 이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통된 이유는 지원 축소와 태도 변화다. 지자체의 태도가 급변하면서 지원이 끊겼다는 게 핵심이다. 구단은 유치 때 약속을 지켜 달라며 사정하지만, 지자체는 이미 들어온 프로 구단이 나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판단하며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 구단은 지자체의 갑질에도 지역 팬들을 생각해 참고 또 참으면서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 지자체 체육 담당 공무원이 프로 구단 위에 있다는 말은 이젠 진실에 가깝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경우는 NC와 달리 지자체와 합의가 원활하게 된 케이스다. OK저축은행은 2013년 창단 이후 쭉 함께했던 안산시를 떠나 부산광역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최근 프로농구 KCC를 유치하는 등 부산의 적극적인 협조 약속을 받아냈다. OK저축은행은 한국 배구의 지역 균형 발전과 자생력 확보를 이유로 이전 결정을 내렸다. 안산시 관계자는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하길 바란다”고 이들을 응원했고, 구단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안산시에 감사를 표했다.

프로 스포츠는 경기장에서의 승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구단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팬과의 유대를 통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프로 스포츠의 본질이다. 연고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단과 지자체 모두가 상생의 파트너임을 자각해야 한다. 구단과 지자체 간 단기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장기적 협력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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