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야 할 정몽규 회장님, 4선 도전이라뇨? [취재진담]

책임져야 할 정몽규 회장님, 4선 도전이라뇨?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11-29 12:08:16

온갖 비위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회장은 4선 도전에 나선다. 해임까지 가능한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 권고를 받은 상황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얘기다. 정 회장은 28일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표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를 요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연임 도전이 승인된 사례가 있어, 정 회장 역시 공정위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정 회장이 속한 축구협회는 최근 각종 위법하고 부당한 사건들로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조사에서 모두 밝혀진 사실이다. 축구협회는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국고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하고, 무보수가 원칙인 비상근 임원에게 사실상 급여처럼 고정 보수를 지급하기도 했다. 기관 운영 미숙, 불투명한 자격증 운영 및 발급, 허위 반박 자료 배포 등 위법 사항 27건이 확인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 또한 지적됐다. 정 회장은 전력강화위원회를 무시한 채 클린스만 전 감독과 면접을 진행했다. 축구협회는 면담이라 주장하지만 협회 내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갖는 정 회장이 직접 감독 후보자와 대화한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권한 남용의 소지가 있다. 홍 감독 선임 때는 권한이 없는 기술총괄이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면접을 보기까지 했다.

클린스만 체제부터 한국 축구는 방향성을 완전히 잃었다. 클린스만 감독 아래 퇴보한 한국은 2023 아시안컵에서 탈락했다. 긴 선임 과정 끝에 데려온 감독은 특혜를 받은 홍명보였다. 결과를 떠나, 불공정하게 뽑힌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 공정한 절차를 통해 다시 감독을 선임해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볼 수 없다. 축구협회는 오히려 반박문을 내며 문체부 조사 결과를 강하게 부인했다.

다수의 위법 사항이 적발된 축구협회의 총책임자는 정 회장이다. 모든 걸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대상이 4선 도전을 선언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비판을 감수하고 출마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하지만 명예 회복을 노리다 오히려 더 큰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축구협회는 ‘축구 디비전 시스템’, 천안축구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정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비위 사실이 밝혀진 순간, 정책을 논할 주체는 더 이상 정 회장이 아니다. 위법을 저지른 회장이 협회를 계속 이끌 명분이 없다. 개혁의 대상이 바로 정 회장 본인인데, 차기 회장이 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 회장이 아닌 다른 적임자를 찾는 것이 개혁의 첫걸음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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