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핵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통령직 권한대행의 행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총리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국무위원들마저 줄줄이 탄핵 될 경우, 국정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덕수 총리도 탄핵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12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한 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고발했다. 한 총리가 12·3 비상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내란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은 대통령과 달리,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되는 만큼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국무총리마저 탄핵될 경우, 국정의 ‘키’는 제3의 인물로 넘어간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국무총리나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그 권한이 대행된다.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직 권한대행은 총리 다음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의 순으로 승계된다.
윤 대통령에 이어 한 총리까지 탄핵소추 돼 직무가 정지될 경우, 국무위원 서열 2위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총리 권한대행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 부총리는 계엄 심의 국무회의 참석자로 밝혀져 유사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승계 서열 3순위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이 부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에 불참했다.
이 부총리 이후 승계 순번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다. 그다음 순번인 조태열 외교부, 김영호 통일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다. 다음 순번인 국방부·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인 상태다.
민주당 ‘줄 탄핵’ 예고…헌법학자들 “탄핵할 만한 근거 있어야” 우려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까지 탄핵하는 움직임을 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정부 인사들을 줄줄이 탄핵하려는 민주당의 대처에 대해 걱정을 내비쳤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사무부총장은 지난 9일 B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최 부총리를 탄핵하려 할 것”이라며 “줄 탄핵이야말로 국정 혼란·국정 마비 아닌가.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고 일갈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 내에선 내란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가 아닌 국무위원들도 함께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내란 동조 혐의로 탄핵해야 한다”며 “장관이라는 자가 노동단체에 ‘계엄이 다 풀렸는데 왜 파업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등 입을 함부로 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헌법학자들도 탄핵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위원들을 줄줄이 탄핵하는 것은 멈춰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정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 국방부 장관은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절차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어도 된다”며 “장관들을 탄핵 소추하려면 직무 집행 중 위헌·위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그것을 적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우리나라 탄핵 제도는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해당 사안이 탄핵할 만한 위법성이 있는가를 따지는 게 핵심 쟁점인데, 국무회의에서 의견 개진한 게 모두 파면 사유로 인정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입맛에 맞는 장관이 권한대행을 할 때까지 줄 탄핵을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정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해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