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헌법재판소(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인용하면 정치권은 조기 대선 정국에 돌입한다.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새로운 주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새 인물론 배경에는 기존 대권주자들의 리스크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21일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쟁점 6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여권 내 비호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이 쟁점 6법을 거부하면서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야당의 법안을 떠나 위헌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등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공개적인 긍정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선 경제와 관련된 부분으로 민생과 연관 있다”며 “국민 혈세가 많이 들어갈 수 있고 국민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법은 거부권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시키겠다고 민주당이 위협하던 상황이었는데 용기 있게 원칙을 지켰다”며 한 대행을 두둔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미국도 입장을 선회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아태지역 국가 언론 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와 고위급 대면 소통을 할 계획”이라며 “우리는 (한미 간)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행은) 수십년 간 한국 정부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고 주미대사를 역임해 잘 알려져 있다”며 “그의 한국 내 역할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는 우 의장이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차분한 모습으로 절차적 문제를 해결한 모습이 좋은 리더십으로 평가받았다.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 소집하고, 윤 대통령 탄핵안 본회의 상정 문제를 앞당겼다. 탄핵안 통과 이후에는 ‘국정안정협의체’ 제안과 여야 회동 등을 주재해 문제를 풀어가는 데 힘을 실었다.
다만 우 의장이 대권에 도전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통해 “(대권 도전 가능성 관련)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임기가 오는 2026년 5월 30일까지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국회를 제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정치인 신뢰도’를 질문한 결과 ‘우 의장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집계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신뢰도는 21%지만 정부와 여당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존 여야 대권주자들의 리스크도 영향이 있다. 범여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르는 홍준표‧오세훈 시장‧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명태균 리스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친윤계의 ‘배신자 프레임’에 밀려 당대표직에서 사임했다. 한 전 대표는 당내 갈등으로 차기 대권 출마 여부도 불투명하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중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이 가장 큰 문제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6·3·3 원칙’이 있어 윤 대통령 탄핵 인용 시기에 따라 대권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전문가는 한 대행과 우 의장이 대권주자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는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거나 윤 대통령의 국무총리였던 모습에서 차기 대권 얘기가 나오는 거 같다”며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다. 한 전 대표가 유력했으나 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 의장은 이 대표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차기로 생각하는 거 같다”며 “그러나 한 대행과 우 의장이 대권주자로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관측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5.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4년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