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관련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당시 경영진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해당 판결은 사회 안전불감증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2021년 6명이 숨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 원청 책임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가현건설(하청) 경영진 3명에게 20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정성 검토 없이 시공 방식을 변경해 무게 30t짜리 데크 플레이트(콘크리트 지지대)를 39층 바닥에 시공했고 의무 설치해야 하는 아래 3개층 동바리(임시지지대)를 조기 철거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고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재판부는 원청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권순호 현산 대표이사(현재는 퇴사)와 건설 본부장, 가현건설 대표 등은 2단계 이상 아래에 위치한 직원들에 대한 별도의 지위 및 감독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고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전에 발생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만 받았다.
노동계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재희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은 원청 사업주가 피해 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콘크리트 강도나 동바리 조기 해체 등은 원청이 담당하기에 문제를 알았어도, 몰랐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건물이 무너지는 대형 사고에 인명피해 발생에도 시공사 대표가 시공과 안전관리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단 것은 궤변”이라며 “교통사고도 사망자가 발생하면 합의 여부 상관없이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붕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이전 단 16일 전에 발생했다”며 “검찰은 차이를 모르고 대표이사에게 7년을 구형한 게 아니다. (재판부의) 노골적인 대기업 봐주기 판결”이라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했지만 실효성 의문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전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 발생 시 하청에만 책임을 무는 죽음의 외주화가 발생했다. 2016년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선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과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권과 노동계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했다. 하청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망한 경우 원청 기업의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까지 처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원청을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000명 이상 제조업 대기업 10곳 중 유죄 판결을 받은 곳은 1곳에 그친 영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2023년까지 2년간 발생한 중대재해사건은 총 510건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240건, 제조업 270건이었다. 재판에 넘겨진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23건을 분석해보면 대기업이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1개소(4.3%)에 그쳤다.
다만 경영진 처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경영진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대표 구속 시 회사 경영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강화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처벌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변호사는 “경영진이 특별히 안전조치에 미흡하거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면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이 강화되며 처벌이 더 어려워진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 “중대재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 점검을 강화하거나 책임 소재를 세분화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