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는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지키면서 가는데, 이게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라디오스타’ 터줏대감 김국진이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을 묻는 말에 이같이 밝혔다.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방송인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장도연, 김명엽 PD가 참석했다.
2007년 ‘황금어장’의 짜투리 코너로 시작한 ‘라디오스타’는 어느덧 900회를 바라보고 있다. 1회부터 함께한 김국진, 김구라는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국진은 “처음 시작할 때 그냥 시작했는데 900회”라며 “굉장히 놀랍고, 900회까지 같이 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구라는 “93년 데뷔해서 올해 32년 됐는데, 18년을 ‘라디오스타’와 함께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 덕분에 제가 열심히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음주운전으로 하차했다가 다시 프로그램에 합류한 유세윤은 “다시 승차한 프로그램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장수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영광스럽고, 내 이미지에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비교적 최근 고정 MC로 낙점된 장도연은 “900회를 기념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라디오스타’가 2007년에 시작했는데, 제 데뷔도 2007년이다. 운명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끼워봤다”며 “내쳐지지 않고 자리 잘 차지하고 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라디오스타’가 18년간 꾸준히 안방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김명엽 PD는 “2007년 고등학생 때 이 프로그램을 봤는데 지금까지 봐도 질리지 않는다”며 “시대가 지나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남녀노소 어필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초창기 ‘라디오스타’가 주목받았던 지점은 게스트에게 마냥 호의적이지 않은 진행 방식이었다. 이는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 포인트였지만, 김국진조차 “너무 공격적이어서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돌아봤다. 김국진은 “혼자 안절부절 못 했던 적이 있는데 이게 룰이 되고, ‘라디오스타’만의 장점이 돼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시계 방향이 거꾸로 돌아가는데 일정한 것이 매력 아닐까’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출연진의 밸런스도 주요하게 언급했다. 김국진은 “장도연 씨는 생각이 깊은데 장난기가 있고, (유)세윤 씨는 장난기만 있는데 깊은 면이 보인다. (김)구라는 전반적으로 가벼움의 극치다. 본인의 모든 것을 난사하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이 있다. 저는 깊고 따뜻한 면을 지녔다”며 짚었다.
18년간 이 프로그램을 찾은 게스트만 해도 1800명이 넘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출연자는 누구일지 궁금하다. 김국진은 전생에 ‘로마공주’였다고 주장한 솔비를 꼽았다. 그는 “당시 녹화하면서도 ‘설마, 저러면 안될 텐데’ 했는데 계속 그 상태로 가더라. 너무 웃겼다”며 “지금도 솔비 씨가 로마공주라고 믿고 있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스로 MZ세대라고 강조한 김명엽 PD는 ‘라디오스타’가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면서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김 PD는 “지상파 예능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길을 걷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며 “편집을 하다가 요리사가 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출연진이 간한 음식을 알맞은 농도로 맞춰서 내는 게 제작진의 몫”이라고 했다.
‘구관이 명관’ 특집으로 꾸려진 900회는 내달 5일 공개된다. 김명엽 PD는 “녹화시간은 똑같았는데 2회가 나왔다”며 “기대해 주셔도 된다. 감히 레전드편이 나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해 기대를 높였다.
‘라디오스타’는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3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