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 등으로 불황 장기화를 맞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의 양대 철강사 포스코, 현대제철이 지난해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관세 전쟁을 예고한 트럼프 체제에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24년 연결기준 매출액 72조6880억원, 영업이익 2조1740억원, 순이익 94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로는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8%, 38.4%, 48.6% 하락했다.
회사는 지난해 국내외 철강수요 부진 및 중국 철강 공급 과잉, 핵심 광물 가격 하락 등 대내외 사업환경 악화로 양대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소재가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3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6% 감소하며 부진했다.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10.4%, 72.2% 줄었다.
국내 철강업계는 2023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에선 건설경기 부진으로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했으며, 해외에선 중국이 생산한 철강재가 내수 부진으로 자체 소비되지 못하고 저가에 한국 등으로 유입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로 인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공장 폐쇄 또는 축소 운영 등으로 생산량을 조절해 왔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간 예고했던 강력한 관세 조치를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2018년 트럼프 1기 체제에서 미국과 FTA(한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한 한국은 무관세 조치를 받는 대신, 대미 수출 물량을 연간 약 268만톤으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은 바 있다. 만약 이번 트럼프 2기 체제에서 철강 보편 관세가 추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철강 관세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간접적 악영향도 미칠 수 있다.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이 미국에 수출되지 못하면 그만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양대 철강사는 미국 등 글로벌 사업기회를 확대해 국내 시장을 잠식한 통상 이슈에 따른 실적 부진 문제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 북미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글로벌 사업기회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인도 1위 철강사 JSW그룹과 손잡고 인도 오디샤 주에 연산 5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MOU를 체결한 바 있다.
현대제철 역시 유럽영업실을 신설해 현지 판매 물량을 확보하고, 미국 조지아, 인도 푸네 SSC 건설로 자동차강판 공급 해외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성장 시장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에 자동차 강판 제품 등을 생산하는 전기로(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현지 생산 시설 투자를 늘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