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요즘엔 이래저래 불안하네요. 올 겨울방학에는 못 갈 것 같아요.”
국내외에서 비행기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비행기 탑승을 주저하는 여행객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일 오후 8시30분(현지시각) 휴스턴 조지 부시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이륙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탑승객들은 대피해 다른 항공기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9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의 국내선 공항에서는 소형 여객기와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로 탑승자 64명 전원이 사망하는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이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다는 사람들도 늘었다. 개강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이주빈(22·여)씨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2월 중순쯤 친구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려고 했었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항공기 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와 불안해서 결국 비행기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을 고려하다가 포기했다는 사람도 늘었다. 베트남 푸꾸옥 여행을 고민 중이었다는 정모(42·여)씨는 “아이들 개학 전인 2월 즈음에 항상 해외여행을 나갔다”며 “올해도 가려고 했는데, 아이들도 비행기 타는 걸 두려워해서 이번에는 가기 어려울 것 같다. 한두달 새 이렇게 비행기 사고가 잦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고 전했다.
여행업계 실적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여행사는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 티메프 사태, 고환율 등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투어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를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44% 감소했다. 하나투어 역시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9% 감소했고, 참좋은여행도 영업익이 71% 줄었다. 노랑풍선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갔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에어부산 화재 사고로 인해서는 제주항공 참사 때처럼 예약 취소 문의가 뚜렷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는 여행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계자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도 있을 것”이라며 “2월은 보통 여름 다음으로 꼽히는 성수기다. 개학을 앞둔 자녀와 가족 단위 휴양지 여행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기 특성상 부모님이나 자녀를 데리고 움직이는 여행객이 많은데,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터지면 비행기에 오르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예약한 항공권을 취소하지 않아도, 여행을 염두에 두던 사람들이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 여행사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날들을 겪었다”며 “회복을 위해서는 탄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연일 들리는 사고 소식에 여행 수요가 위축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