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타살 줄일 방법 없나… 전면적인 정책 변화 필요

자살‧타살 줄일 방법 없나… 전면적인 정책 변화 필요

글‧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뇌전증지원센터장‧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기사승인 2025-02-13 08:20:23

요즘 들어서 살인 사건이 무척 늘어나는 것 같다. 급기야 순수하고 착한 초등학생이 죽임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치와 뉴스는 매일 싸우는 것만 보여주니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싸움으로 가득 차 있다. 

요즘은 자주 듣는 라디오도 듣기 싫다. 매일 서로 욕하는 방송만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만 쌓인다.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필자는 라디오, TV 정치 평론의 애청자였는데 지금은 음악방송만 듣고 있다. 우리는 자살, 타살을 줄이기 위하여 무슨 노력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TV 방송 어디에서도 자살 예방 프로를 심도 있게 방송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일본은 2년에 한 번씩 모든 의사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시행한다. 

한국은 정부나 의사협회가 모든 의사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시킨 적이 내 기억에는 한 번도 없다. 미국 CNN에 출연한 전문가는 총기 대량 살인을 막기 위해서는 자살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총기살인범의 80~90%가 범행 전에 자살을 결심하기 때문이다. 자살도 자신을 살인하는 것이다. 자살자의 약 75%는 3개월 이내에 여러 가지 증상(두통, 불안, 소화불량, 어지러움, 불면증, 우울 등)으로 병의원을 방문하다. 이 때 자살 위험을 감지하고 대처한다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어떤 자살예방센터 직원은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아서 할 일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살 위험군이 많이 찾는 곳에 예방대책이 필요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은 모든 병의원에서 외래 진료 전 설문지롤 통해 자살 위험을 평가하고 고위험군은 그대로 집으로 보내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한국의 의사들은 자살생각을 물어보지도 않고 물어보아도 후속 조치를 할 방법이나 시스템이 전혀 없다. 필자는 외래 진료 중에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면 바로 뇌전증지원센터를 통해 우울, 자살 상담을 받게 조치한다. 다른 의사들은 이런 조치를 할 수가 없다. 대부분 의사들은 자살 평가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방법도 모르고, 설사 고위험군을 발견해도 연락할 곳이 없다. 큰 병원과 지역별 자살 상담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A내과의원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면 그 지역 자살 상담 코디네이터에게 긴급히 대면 또는 전화로 연결해서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없다. 오직 뇌전증지원센터밖에 없다. 

자살예방센터에 전화를 하면 고위험군은 경찰서에 연락하라고 한다. 한번은 외래 진료 중간에 자살예방센터와 30분 동안 전화로 씨름을 한 후 겨우 고위험군 환자 1명의 전화번호를 전달했다. 그 이후에는 여기에 절대로 전화하지 않았다. 자살 고위험군을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의사들이다. 그런데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 의사는 정신건강의학과 1명, 응급의학과 1명뿐이다.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비정신과 의사는 단 한명도 없다. 

세계 모든 나라의 자살예방사이트에는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Suicide is preventable.”라고 적혀 있다. 영국 연구는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의 등 비정신과 의사들을 교육하는 것이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자살예방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10만 대군(비정신과 의사들)을 활용하고, 대국민 교육을 통해서 가족, 친구, 동료가 자살예방에 나서야 한다. 자살 경고 신호, 자살 위험군에 해야 할 행동, 해서는 안 될 행동 등을 꼭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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