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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고도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이나 주주 할인, 배당 투자 모음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며 외연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의 개발비 총 지출액은 2313억원이다. 전년(2107억원) 대비 9.8% 늘었다. 전산운용비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3517억원으로, 전년(3168억원) 대비 11.0% 증가했다.
개발비는 MTS·HTS 등 신규 전산시스템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나타낸다. 전산운용비는 유지와 보수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다. 해당 기간 증권사들이 얼마나 전산 시스템에 투자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AI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증권업계도 AI를 탑재한 MTS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는 추세다.
키움증권은 최근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상품 챗봇 ‘키우 미(Me)’의 클로즈 베타테스터 모집을 시작했다. 키우 Me은 금융상품의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펀드 설정액이나 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앞서 키움증권은 업계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 리포트를 웹툰 형식으로 제공하는 ‘리포툰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이나 안전성, 투자 정보 제공 측면에서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많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이번 베타테스트를 마친 뒤,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올해 상반기 중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신규 MTS인 ‘한화투자증권 MTS’를 출시하면서 AI 기술을 탑재했다. 사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미국 주식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AI 토픽 검색’, 기사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해당 이슈가 특정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AI 뉴스 요약’ 기능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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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은 지난해 12월 생성형 AI 기반 대화형 서비스인 ‘스톡(Stock) AI’를 선보였다. 유진투자증권은 AI 자동투자 전문기업인 관텍과 AI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구독형 투자 서비스 ‘PB 플랫폼’ 구축 계약을 체결해 올해 1분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MTS 고도화 등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 나서는 것은 리테일(소매금융) 부문에 힘을 주고 있어서다. 최근 몇 년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크게 늘면서 해외주식 거래 중개 서비스는 국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액은 1587억1537만달러로 전년(1041억8835만달러) 대비 52.3%나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1조4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급등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AI 챗봇, 리포툰 등은 고객들이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여러 금융상품에 좀 더 편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서비스”라며 “요즘은 젊은 층은 물론 남녀노소 투자에 관심이 많다.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MTS ‘신한 쏠(SOL) 증권’에 ‘주주 우대 서비스’를 신설했다. 하나증권은 배당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한곳에 모은 ‘배당 마스터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HTS·MTS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리테일부문 아래 이노비즈센터를 신설했다. 최근 네이버페이 증권을 총괄하던 이장욱 리더를 이노비즈센터 전부로 영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는 2026년 12월말까지 편의성 등을 높인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외 주식을 하는 분들이 많이 늘면서 MTS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