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1000원 눈앞…엔화예금 탈출 행렬도

원·엔 환율 1000원 눈앞…엔화예금 탈출 행렬도

기사승인 2025-03-14 06:00:09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달러와 엔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엔화 값이 어느새 1000원 문턱에 섰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감,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엔 환율은 연일 900원대로 올라서며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8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엔 장중 995.09원까지 치솟았다가 989.85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23년 4월27일(1000.2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강세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변화 기대감과 미국발(發) 금리 인하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BOJ는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한 이후 꾸준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18~19일 금융정책회의에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며 엔화 강세를 떠받치고 있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지난 1월 “경제와 물가가 전망대로 실현된다면 이에 맞춰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율 환산 기준 2.2%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1.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통상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 선호도가 높아진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지디피나우(GDPnow)는 지난 6일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2.4%로 제시했다. 지난달 3일 전망값(3.9%)과 비교하면 한달 만에 무려 6.3% 내렸다. 미국 침체 가능성이 포착되자 달러는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연초 110선에서 최근 103선대로 내려앉았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자 엔화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8883억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9090억엔보다 207억엔가량 더 감소한 수치다. 엔화예금이 1조엔 선 아래로 내려간 건 2023년 8월(9950억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엔화를 사모았던 ‘엔테크(엔화+재테크)족’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원·엔 환율이 1000원에 근접하자 ‘팔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원·엔 재정환율이 당분간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은행 창구 매입가 기준으로는 이미 1000원을 돌파했다. 지난 10일 하나은행 환율 고시에 따르면 은행 창구 등에서 우대환율을 받지 않고 현찰을 살 때 기준 원·엔 환율은 1001.30원(매매 기준율 984.08원)에 마감했다. 7일 신한·우리은행, 8일 NH농협은행 기준으로도 살 때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섰다.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 강세는 BOJ의 점진적인 금리 기조,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시장금리 하락 및 달러 약세가 맞물린 결과”라며 “미국과 한국이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간 것과 달리 일본만이 올해 통화 긴축을 이어가고 있어 엔화는 달러 및 원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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