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도 벅찬데’…심화하는 현대제철 노사 갈등 언제까지

‘철강 관세도 벅찬데’…심화하는 현대제철 노사 갈등 언제까지

- 당진공장 파업 해제, 협상 결렬로 하루 만에 제자리
- 자회사 현대ITC 노조도 파업…社 “업황 어렵다”
- 관세·저가 중국산 등 국제 상황도 부진…비상경영 돌입

기사승인 2025-03-15 06:00:10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연합뉴스 

현대제철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중단됐던 파업이 하루 만에 재개되는 등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중국발 공급 과잉에 이어 ‘삼중고’가 지속되면서 회사는 결국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13일 오후 2시부터 재개한 임단협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협상이 사실상 시작도 못하고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노조는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당진제철소 1·2 냉연 공장 조업을 중단하며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조업 중단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성과급 문제 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 450%+1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그룹사인 현대차의 ‘기본급 500%+18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 파업과 직장폐쇄를 이어가며 악화일로를 걷던 노사는 임단협 재개를 전제로 지난 12일 오전 7시부로 당진제철소 1·2 냉연 공장 폐쇄를 해제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허무하게 결렬되면서 하루 만에 다시 평행선을 걷게 됐다.

현대제철은 이번 부분 직장폐쇄로 27만톤가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하고, 손실액이 2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 장기화 및 직장폐쇄가 이어져 회사의 손실 규모는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회사 현대ITC 노조도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32시간 동안 총파업을 진행 중이다. 역시 지난해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한 현대ITC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경영성과급 등이 현대제철에 비해 낮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ITC는 당진제철소의 제선, 제강, 열연후판·냉연 생산, 정비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직접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현대제철 직원의 총파업은 아니지만, 일부 생산라인에 간접적인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현재 업황을 고려할 때 노조의 의견을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전방산업 부진 등으로 몇 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 3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6%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473억원으로 흑자 상태였으나, 이번 성과급을 적용하면 약 6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돼 양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 12일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의 철강 25% 관세 부과가 본격 시행됐다. 2018년부터 받아온 대미(對美) 철강 수출 면세 쿼터(연간 263만톤) 제도도 사라져 수출 관련 수익성 감소 문제에 직면했다.

결국 현대제철은 전날(14일)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전 임원 급여 20% 삭감 결정,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해외 출장 최소화 등을 포함해 다방면에서 ‘극한의 원가 절감’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포항2공장 가동 축소, 중국·일본 저가 철강재 유입에 따른 수익성 감소 및 후판·열연제품 반덤핑 제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등 여러 악재와 더불어 노조 파업까지 겹쳐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특단의 조치”라며 “지난 13일 재개한 교섭이 결렬되면서 향후 노사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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