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의대생 제적 피하고, 복귀 학생-전공의 보호법 만들자

대량 의대생 제적 피하고, 복귀 학생-전공의 보호법 만들자

글‧홍승봉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명예교수 

기사승인 2025-03-24 08:24:57 업데이트 2025-03-24 08:28:33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생 각자 판단을 존중 한다”고 발표했다. 맞는 말이다. 학생, 전공의 모두 각자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민주주의이고 법치국가이다. 남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난하고 욕하지 마라. 학교가 학생 휴학을 인정하길 원한다면 학생, 전공의들도 복귀하는 동료를 막지 마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첫발이다. 

계속 휴학과 사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학교와 병원에 복귀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정부의 지나친 증원 발표와 소통 부족이 의료대란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중증 환자들의 피해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학교는 학칙 범위 내에서 휴학을 인정하고, 국회는 복귀 의대생-전공의 보호법을 빨리 만들어라. 의협도 학생과 전공의의 자유로운 판단을 격려해야 한다. 국민들은 지치고 절망하고 죽어간다. 의사 자신과 가족들도 피해를 보는데 일반인의 피해는 상상도 못하겠다. 교수들도 모두 지쳤다. 

지금 한국은 중증 환자들의 지옥이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30~40년 전 인턴과 전공의는 한 달에 1~2일만 집에 갈 수 있었다, 인턴과 1년차 전공의는 하루에 2~4시간밖에 못 잤다. 인턴은 새벽에 일어나서 35명 입원 환자들의 검사 채혈을 모두하고, 바로 수술장에 내려가서 교수님 옆에 서서 하루 종일 수술을 돕는다. 잠이 부족한 전공의들은 졸다가 수술 교수님의 불호령을 듣는다.

그래도 젊은 인턴이 가장 오래 버틴다. 수술들 중간에 복도에 앉아서 잔다. 저녁에 병동에 올라가면 수액(링거)이 수십 개 놓여있다. 인턴은 회진 준비와 다음 날 약 처방전을 쓴 후 모든 수액을 환자들의 정맥에 연결하면 밤 1~2시가 된다. 서울대병원 복도 구석 2평 당직실에서 신경과 전공의 3명이 지냈다. 인턴 시절 한 달만에 집에 갔을 때 의대합격 시 무척 기뻐하셨던 아버지는 “힘들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너는 모를 거다”라고 말하셨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베풀 능력이 있는 의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가자 전쟁의 종식을 외치는 이유는 이 전쟁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를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부른다. 의료대란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 환자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정부, 학생, 의사들의 고통은 이에 비할 수 없다. 제 때 치료를 못 받는 중환자들은 죽음을 느낀다. 선생님 죽을 때 고통이 심한 가요? 묻는다. 선배들은 학생, 전공의, 환자 모두를 사랑한다. 중증 환자들은 눈물도 말랐다. 힘들게 병원에 가느니 집에서 죽겠다는 환자도 있다. 

이제 더는 안 된다. 과거 대통령 한분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다. 이 말은 주변의 압력을 개의치 말고 양심(도덕적 의식)에 따라서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럼 후회가 남지 않는다. 나의 경험도 그랬다. 

[복귀 의대생-전공의 보호법]

1. 학교와 병원은 복귀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적절한 의대 교육, 임상실습 및 인턴, 전공의 수련을 보장해야 한다.

2. 학교와 병원은 의대 졸업 및 전공의 수련 후 진로에서 복귀 의대생과 전공의가 차별 받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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