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폭탄’, 고꾸라진 ‘환율·증시’

트럼프發 관세 ‘폭탄’, 고꾸라진 ‘환율·증시’

코스피·코스닥, 5% 이상 급락…상호관세 리스크 현실화
원·달러 환율 1467.8원 마감, 5년여만 최대 상승폭

기사승인 2025-04-07 16:21:18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했다. 국내 증시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도 코로나19 이후 5년만 최대 상승폭을 시현하며 경제 전반에 공포감이 확산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57%(137.22p) 급락한 2328.2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5.25%(36.09p) 내린 651.30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코스피는 장 초반 코스피200선물(최근월물)이 전일 종가 대비 5.19% 떨어지면서 올해 첫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지난해 8월5일 ‘블랙먼데이’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이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분쟁 격화 여파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세계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한국 25% 등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투자업계에서는 이같은 관세 조치가 시장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 가운데 최악으로 평가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내용은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율은 10%지만 소위 더티 15개국 등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이틀간(3~4일) 뉴욕증시에서 빠진 시가총액은 6조6000억달러(약 9652조원)에 달한다. 반면 코스피는 4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86%(21.28p) 내린 2465.42로 주요국 증시 급락 대비 일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지지대 역할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국내 증시는 관세에 따른 공포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투매 분위기를 형성해 급락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코스피는 그동안 국내 증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정치 불확실성 해소 여파를 맞아 약보합권에 머물렀던 것”이라며 “글로벌 리스크인 상호관세 문제는 여전히 암초로 남아있기 때문에 주요국 증시 폭락을 본 투자자들의 심리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주말새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관세 부과 연기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 점도 배경 중 하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 부과 시행을 연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연기는 없다. 며칠 또는 몇 주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세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밸류에이션 저점 등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관세) 문제가 단기간에 깔끔히 해결될 수 없기에 추가적인 노이즈 발생 시 낙폭이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반등한다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도 “탄핵정국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증시는 산 넘어 산”이라며 “변수가 여럿 추가됐기 때문에 추가적인 낙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생각을 바꿀 때까지 상호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라며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해 매출을 발생시키거나, 미국에 투자하지 않는 이상 한국 수출업체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확률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33.7원’ 급등…코로나19 이후 5년만 최대폭

관세 후폭풍은 원화 가치 폭락에도 기여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7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직전 주간 거래 종가 대비 33.7원 급등한 1467.8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 이후 최대 변동폭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파면 선거 영향에 직전 대비 32.9원 내린 1434.1원까지 내려간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지난해말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저하된 대외신인도와 정치 리스크 등 악재 해소에 안정세로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폭등한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비해 크게 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주 환율 훈풍은 이날 급등으로 마무리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 급락을 이끈 관세 리스크가 환율 상승에도 주된 배경”이라며 “상호관세와 중국의 맞불 관세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분쟁 격화 우려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큰 악재다. 이에 위험회피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원화 매도, 달러 매수로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상호관세에 직격탄을 맞은 주요국들의 보복관세 흐름이 확장될 경우 강달러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봤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복관세 치킨게임이 이어질 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강달러가 전개될 것”이라며 “단기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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