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라 대출 거절 당했어요”…갈 길 먼 장애인 금융접근성

“시각장애라 대출 거절 당했어요”…갈 길 먼 장애인 금융접근성

금융위원회,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간담회’ 개최
불만사항 꾸준히 제기…“대면·비대면 금융서비스 모두 불편”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방안 마련…“실효성 있는 응대교육 필요”

기사승인 2025-04-15 17:50:20 업데이트 2025-04-15 17:57:24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간담회’ 기념촬영을 진행 중이다. 김다인 기자

#신용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A씨는 시중은행에서 대출 거절을 당했다. 시각장애인이라 눈으로 직접 서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동행인이 서류 내용을 대신 인지하고 있겠다고 했지만 안 된다는 말은 여전했다. 결국 A씨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제도 및 관행 개선 등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들의 금융접근성은 낮은 상황이다. 점자·음성변환 서류 미제공, 은행 직원 현장 대응 부족 등 다양한 장애 유형만큼이나 미비점도 가지각색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장애인 금융이용자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금융위는 15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간담회’를 열고 정책방향과 추가 과제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금감원 소비자보호 부원장보와 더불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한국 농아인협회 이사 등 장애인 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불만사항 꾸준히 제기…“대면·비대면 금융서비스 모두 불편”

금융서비스 이용에서 겪는 불편함은 15개의 장애유형만큼 다양하다. 정부는 그동안 장애인 친화적 ATM을 조성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은행 거래 응대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 왔지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 불만사항은 꾸준히 제기됐다.

같은 날 만난 시각장애인 한모(30·여)씨는 개인정보 유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동행인과 함께 금융기관에 방문해 대출·적금 가입 등 금융 업무를 처리한다. 이때 동행인이 금융 업무 전반에 직접 관여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커진다. 한씨는 “대출이나 예금 상품에 가입할 때 스스로 작성할 수 없으니 원치 않게 동행인에게 알려야 했던 경우도 있다”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은행 직원의 장애인 고객 응대 교육이 부족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는 “적금 만기가 다 돼 은행에 방문했는데 직원분이 동행인이랑만 대화를 진행했다”며 “당사자인 본인이 제외되는 상황에서는 심리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스마트폰 이용이 가능한 시각장애인들은 온라인 금융서비스 이용을 선호한다.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다만 접근성 문제로 보안키패드 이용이 어려운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온라인 금융서비스 이용 시 보안키패드 사용이 필요하면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번호의 위치를 확인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다면 오류가 발생해 이용할 수 없다. 한씨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화면 낭독 프로그램이 접근했을 때 제대로 작동이 될 수 있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된다”며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비밀번호를 입력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이 개선된 음성 OTP 사용 시연을 진행하고 있다. 김다인 기자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방안 마련…“실효성 있는 응대교육 필요”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장애인의 금융거래 불편 해소 △장애인 전용 상품과 활성화 △금융사기 등 장애인 대상 범죄 피해 예방 3가지다. 우선 장애인 금융소비자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약 없이 획득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시각장애인 금융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모든 은행에서 점자 서류 또는 음성변환된 형태로 계약 서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은행 영업점에서 계약 체결 시 텍스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개선한다. 모든 사항은 차후 금융투자·보험 등 다른 업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장애 유형별로 세분화해 상황별 응대 요령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의 개선 노력도 추진한다.

장애인 대상 우대상품과 서비스를 활성화해 비용 부담도 완화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수수료가 비싼 오프라인 또는 ARS 주식거래에 대한 이용 수요가 많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각장애인 대상 수수료 우대 서비스를 더욱 많은 증권사로 확대한다. 일반 보장성 보험보다 높은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애인 전용보험 전환 제도는 홍보를 강화하고, 활용이 저조했던 장애인 전용상품 개선방안도 검토한다. 더불어 발달장애인 등이 금융 범죄피해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장애인 대상 금융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개선방안에 대해 전문가는 원활한 장애인 고객 응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직원 교육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지점을 직접 방문하더라도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점”이라면서 “장애인 고객 응대 매뉴얼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기존 고객 응대 매뉴얼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형식이 교육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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