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경매에 나온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한방 테마 상가에 위치한 점포. 전용면적 7㎡(약 2평)로 감정가 5400만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10차례 유찰됐다. 다음 달 감정가 10분의 1 수준인 580만원에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얼어붙은 경기와 온라인 소비 증가에 경매에 나오는 상가가 늘고 있다. 경매 낙찰율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 전문가는 당분간 상가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5일 부동산 공‧경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1만4940건이다. 최근 5년간 집계된 건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폐업이 줄을 이었던 코로나19 때보다도 많은 수치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1년과 2022년 1분기만 해도 경매 진행 건수는 5177건, 4660건에 불과했다.
경매에 나온 상가가 주인을 찾는 사례는 줄고 있다. 지난 달 서울에서 경매로 나온 상가 213건 가운데 39건만 낙찰돼 낙찰률 18.3%를 기록했다. 서울의 상가 낙찰률은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연속 10%선이다. 수도권도 낙찰률이 낮긴 마찬가지다. 경기 낙찰률 17.3%, 인천 낙찰률 16%다.
주거지역 인근에 위치한 상가라 인기가 많았던 ‘통 상가(근린상가)’의 경매 낙찰률도 감소 중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가 진행된 근린상가는 모두 7건으로 이 중 3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42.9%다. 서울 근린상가의 낙찰률은 2021년 3월 96.6%, 2022년 3월 119.4%, 2023년 3월 99%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3월 79.8%로 크게 감소했다.
상가 불황은 공실률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평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2%, 소규모 상가는 7.3%, 집합 상가는 10.3%다. 4분기에 비해 각각 0.2%p, 0.5%p, 02%p 상승했다.
상가가 경매로 내몰리는 이유로는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 발표한 ‘2024년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 통계를 보면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전체의 50.6%로 전년 대비 3.3%p 증가했다. 온라인 구매 소비자들이 증가하자 임차인들이 상가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 같아 임차를 포기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에 사람들의 소비가 감소하는 것도 상가 경매 낙찰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8이었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매로 상가를 매매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는 당분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아서 경매 낙찰률도 당분간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임대 시장이 예전만큼 좋지 않아서 상가가 경매로 많이 나오고 있다”며 “임대차 시장이 좋아지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