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코인거래 기대감 ‘솔솔’…은행권, 커스터디 선점 잰걸음

법인 코인거래 기대감 ‘솔솔’…은행권, 커스터디 선점 잰걸음

기사승인 2025-04-25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인 대상 실명계좌 허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과 커스터디 전문업체 간 전략적 제휴도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커스터디 전문 업체와의 기술 협력 또는 지분 투자를 통해 관련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커스터디는 고객의 디지털 자산을 수탁받아 안전하게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다. 가상자산 지갑 보안키(Private Key) 도난 등 투자자 개인이 직접 지갑을 관리할 경우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줄여준다. 커스터디 시장은 글로벌 은행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추세다. 해외에서는 골드만삭스 등 대형투자은행과 전문 수탁업체들이 커스터디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커스터디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0년 말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블록체인 기술기업 해치랩스와 함께 커스터디 전문 합작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코다)를 설립한 것이 출발점이다. 커스터디는 은행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지녀온 수탁업무 영역이지만, 현행 법제도상 은행의 직접 진출이 제한돼 합작 형태를 통한 간접 진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설립 당시 KB국민은행은 전환우선주 25%, 보통주 11.18%를 보유했으나, 현재는 전환우선주 12.27%, 보통주 5.49%로 조정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당장 별도의 사업 확장 계획은 없다”면서도 “향후 법제도 정비 시 직접 진출을 고려해 KODA 내재화, 지분 유지·매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커스터디 업체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각각 지분 5%, 7%를 보유한 상태다. KDAC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법인 고객 60여 곳을 확보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약 10억원 규모의 추가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사업 확대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BDACS(비댁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비댁스는 대체불가토큰(NFT), 토큰증권(STO) 등의 수탁 보관이 주요 서비스로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과 관련해 법제화 방향에 맞춘 전방위적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이다. 기술 기반 가상자산사업자(VASP)들과의 협력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며 “관련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즉시 커스터디 등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초 글로벌 커스터디 업체 비트고와 국내 합작법인 비트고코리아를 세웠다. 해당 법인은 STO, 실물연계자산(RWA), 상장지수펀드(ETF) 등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상품의 기초자산 수탁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ISMS 인증과 VASP 취득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그룹이 비트고코리아 지분 25%를 확보한 상태”라며 “하나은행 뿐 아니라 하나증권, 하나금융티아이 등 계열사들이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는 법인 대상 실명계좌 허용이 현실화될 경우, 커스터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인 투자 중심이었던 시장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재편되며, 보안성과 신뢰성을 갖춘 전문 커스터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인은 대규모 자산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거래소보다는 전문 수탁기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커스터디는 향후 확실한 수익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은행은 이미 전통 금융권에서 수탁 서비스 경험과 자금세탁방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 신뢰 확보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커스터디를 시작으로 가상자산 계좌 연계, 법인 전용 디지털 자산 운용상품,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사업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의 커스터디 진출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 보관을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핵심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며 “향후 디지털 금융 전환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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