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29일 오후 한국을 찾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후 6시25분께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탄 전세기 비스타젯 9H-VJJ편의 당초 착륙 시간은 오후 4시45분이었으나 출발이 다소 지연되면서 예정시간보다 1시간40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긴소매 셔츠를 입은 편안한 복장의 트럼프 주니어는 도착 직후 간단한 수속을 마친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수십 명의 국내 취재진이 현장에 대기했으나 별다른 접촉은 없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정 회장 부부와 만찬을 하기 위해 곧바로 정 회장의 자택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한국을 찾은 것은 앞서 한 보수 청년단체가 주관한 정치 콘퍼런스 ‘빌드업코리아 2024’ 행사 참석차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올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첫 방한이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인 그의 이번 방한은 국내 재계 인사 가운데 가장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이면에는 트럼프 행정부와 소통할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해달라는 국내 재계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오는 30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와 릴레이 단독 면담을 갖는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연결되는 유력 인사와 한국 재계 간 사실상 첫 소통이어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주목된다.
미국 사업 비중이 큰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전자, 철강, 방산 등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총수가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면담 대상자 수는 2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선 10대 그룹 총수 상당수가 면담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일부 총수는 대면 방식이나 해외 일정 등을 이유로 최종 참석 여부를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해외 체류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으며,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관계로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이 대신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이날 방한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함께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둘러볼 예정이어서 면담 일정을 잡기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대한 식품 비중이 높은 CJ그룹의 이재현 회장, 미국에서의 에너지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도 면담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 순위 20∼30대 그룹 중에선 미국과의 인공지능(AI) 협업을 추진하는 이해진 네이버(NAVER) 의장이 면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일부 중견기업 회장들도 트럼프 주니어와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시간은 개인당 짧게는 30분 안팎, 길게는 1시간 내외로 알려졌다. 총수들은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책정한 고율의 상호 관세가 양국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설명하고 관세율이 최소화되도록 협조를 당부할 전망이다. 반도체나 에너지, 자동차 등 업종별 대미(對美) 투자나 경제 협력 확대 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대기업 총수 외에 정·관계 인사와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에서 그 나라 정·관계 인사를 만나려면 먼저 미국 백악관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사전에 이런 절차가 없었고 앞으로도 협의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공식 직함은 없지만 ‘막후 실세’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으로 추천한 것도 트럼프 주니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