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해 통합 우승 이끈 박정상 감독 “선수들에게 영광 돌린다”

창단 첫해 통합 우승 이끈 박정상 감독 “선수들에게 영광 돌린다”

바둑리그 대표하는 ‘명장’ 박정상 감독, 신생팀 우승 이끌어
영림프라임창호, 영암과 챔피언 결정전서 2-0 무패 완봉승
다승왕 차지한 주장 강동윤 9단, 용병 당이페이 9단 맹활약

기사승인 2025-05-04 21:48:09 업데이트 2025-05-04 21:50:52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를 창단 첫해 통합 우승으로 이끈 바둑리그 ‘명장’ 박정상 감독이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지난해 11월7일,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 지휘봉을 잡은 바둑리그 ‘명장’ 박정상 감독과 주장 강동윤 9단은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본사를 찾았다. 당시 선수선발에 만족감을 드러낸 박 감독은 “선수선발식을 앞두고 밤잠을 설칠 정도로 준비에 매진했다”면서 “훌륭한 선수들을 발탁해 매우 만족하고, 영림프라임창호가 신생팀임에도 이번 시즌 바둑리그 ‘돌풍의 핵’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럼에도 시즌 초반 영림프라임창호를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전반기 6라운드까지는 2승4패로 고전하기도 했다. 전반기 마지막 7라운드 승리 이후 연승을 질주하면서 후반기에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다.

박정상 감독이 지휘한 신생팀 영림프라임창호는 4일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2024-202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마한의 심장 영암을 3-0으로 완파했다. 하루 전 1차전 3-0 승리에 이은 두 번 연속 퍼펙트 승리였다. 영림프라임창호의 창단 첫해 우승이라는 새 역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우승을 차지한 직후 인터뷰에서 박정상 감독은 “이번 시즌 처음 10초 피셔 대국이 도입되면서 저희 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고생하면서 시즌을 치렀다. 모든 선수들에게 극한의 상황에서 정말 수고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이번 시즌 내내 많이 뭉치고 많이 모이면서 가족 같이 지냈던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6라운드 패한 시점에서 2승4패였다. 그 이후 8승1패를 했고, 5국도 한 번도 가지 않았다”고 복기하면서, 후반기부터 이어진 상승세에 대해 “제가 특별히 주문했던 건 없고, 오히려 선수들이 저에게 용기를 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 감독은 “2승4를 기록한 날 뒤풀이 자리에서 송지훈 선수, 강승민, 박민규 선수 등 주전 선수들이 마음이 약해지려던 저에게 따끔하게 ‘감독님 정신 차리세요’라고 채찍질을 가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박정상 감독(가운데)이 주장 강동윤 9단(오른쪽)과 함께 2024-2025시즌 바둑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왼쪽은 중국 용병 당이페이 9단. 바둑TV 캡처

박정상 감독은 직접 발탁한 중국 용병 당이페이 9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당이페이 9단이 중국 대회 일정으로 늦은 비행기로 한국에 와야할 때가 있었는데도 항상 ‘팀이 우선’이라며 한달음에 내달려 온 모습에 감동했다”고 당이페이 9단을 치켜세웠다. 이어 “강동윤 선수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고, 저에게 쓴소리 했던 박민규 선수 등 선수단 모두가 함께 일궈낸 우승”이라고 재차 선수들의 공로를 언급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주장 강동윤 9단은 “안성준 9단과 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포석 준비도 하고 나왔는데 바둑이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고 이날 대국을 돌아보면서 “최근에는 바둑리그에서 다승왕을 하기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세계대회로 바쁜 기사도 많고 해서 그 틈을 타 오랜만에 다승왕을 차지한 것 같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다. 바둑리그 원년 시즌부터 출전한 1989년생 강동윤 9단은 이번 시즌 14년 만에 다승왕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한편 이날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바둑TV에서 생중계한 목진석 해설위원은 중국어에 능통한 기사이기도 하다. 목 해설위원은 즉석에서 중국어로 질문을 하며 당이페이 9단의 소감을 물었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영림프라임창호 중국 용병 당이페이 9단은 “팀원들과 함께 우승하게 돼 기쁘다”면서 “10초 피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저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지만, 두면서 점점 적응이 됐고, 후반으로 갈수록 부담이 줄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당이페이 9단은 “저희 팀과 저에 대한 한국 팬들의 응원에 감사하고, 우승컵으로 보답을 드린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창단 첫해 통합 우승을 이뤄낸 영림프라임창호 선수단. 바둑TV 캡처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2차전도 승리한 이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영림 회장님을 찾아 뵙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은 송지훈 9단은 “바둑이라는 종목이 개인전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특별한 것 같다”면서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올해 그 갈증이 풀린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송지훈 9단은 “팀원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면서 “박정상 감독님은 평소 좋아하는 선배님인데 감독과 선수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하며 잠시 목이 멘 듯 눈가가 촉촉해졌다. 송 9단은 “이번 시즌 내내 컨디션 관리에서부터 여러모로 감독님께 큰 도움을 받았다. 이번 우승에는 감독님 지분이 굉장히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박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박정상 감독은 “저의 판단을 믿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면서 “절대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은 물론 오늘 2차전도 여러 차례 힘든 순간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3-0, 3-0 승리지만 오더를 짜고 선수들 설득하는 과정은 모두에게 쉽지 않았다”고 복기했다.

박 감독은 “왜 이렇게 오더를 냈는지 얘기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상대 전적 등을 언급해야 한다. 선수들도 기분 좋지 않을 때가 있었을 텐데 저를 믿어줬다”면서 “이 모든 영광을 선수단에게 돌리고 싶다”고 다시 한 번 선수들을 칭찬했다.

끝으로 박 감독은 “바둑 팬들의 성원과 관심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생소한 10초 피셔 바둑을 죽을 힘을 다해 준비했다”면서 “항상 바둑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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