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진영 인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영을 넘나드는 외연 확장 속도전으로 국민 통합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해 ‘가짜 보수’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6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무소속 의원을 만나 합동 유세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가짜 보수정당에서 진짜 보수 활동을 해보려 노력하다가 사실상 쫓겨난 김 의원을 소개하겠다”며 김 의원을 유세 차량 위로 불렀다.
김 의원은 이 후보와 포옹 후 지원 유세에 나서 “정말 깊이 생각하고 많이 찾아보고 연구했는데 이 후보가 보수 가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가장 보수 기능과 역할에 맞는 후보인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참된 보수주의자이면서도, 또 참된 진보주의자”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민주당에 오셔서 합리적 보수 가치를 잘 주장하고 실현해가길 격려하는 의미로 박수 한 번 달라”고 거듭 ‘러브콜’을 보내며 화답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보수 계열 인사인 염홍철·권선택 전 대전시장도 영입했다. 염 전 시장은 2002년 한나라당, 2010년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권 전 시장은 민주 계열 정당에서 2014년 대전시장에 당선됐으나, 19대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민주당은 향후 보수 인사 영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보수 인사 영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전통적 보수나 중도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라며 “민주당은 합리적 중도 보수 세력 영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보수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는 것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보수 인사를 품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서지 못하는 김 후보를 ‘가짜보수’, ‘극우’라는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도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전에는 보수 정당인 척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극우 반동 정치 집단화하고 있다”며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자리 잡길 바랐지만 미안하게도 지금은 보수가 아니라 수구, 반동 이해관계 집단에 불과한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탈진영’과 ‘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 외연 확장이라는 목적도 있다. 이 후보는 “왼쪽 날개도 있고, 오른쪽 날개도 있어야 난다”며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 그 속에서 타협하고 조정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 통합된 세상,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손을 잡고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통합 중요성을 연일 강조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윤 정부 3년 동안 보수 진영이 상당히 극우화했다. 이로 인해 합리적인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중도 보수를 자처하고 있고, 그런 것들이 이번 선거 유세에서 많이 반영 됐다. 그 과정에서 진짜 보수, 합리적 보수 이런 영역에 대한 소구력이 생기고 있고, 또 함께 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