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대출 탕감’ 현실로…소상공인 숨통 트일까 [이재명 정부]

이재명표 ‘대출 탕감’ 현실로…소상공인 숨통 트일까 [이재명 정부]

기사승인 2025-06-04 11:00:07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에 훈풍이 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에게 과감한 채무조정과 제도적 재기 지원을 약속해온 만큼, 향후 이행 가능성에 기대감이 모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코로나 대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이 코로나19 당시 받은 대출에 대해 채무조정부터 탕감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겠다는 복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별도의 지원방안 마련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 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 동향’에 따르면, 소득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다중채무자인 ‘취약 자영업자’는 2023년 말 기준 42만7000명으로 2021년 말(28만1000명)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 이들 연체율은 11.16%에 달한다. 지난해 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도 14만명을 넘어섰다. 1년 전(10만8817명)보다 28.8%(3만1312명) 늘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정부가 (코로나 시기 국민의) 채무 조정을 넘어서서 정책자금 대출 일정 부분은 탕감해줘야 한다”며 “국가가 부채를 감수하더라도 다른 나라처럼 코로나19 극복 비용을 정부가 부담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유세에서도 “코로나19 때 외국은 빚을 내서 국민을 지원했지만 한국은 가계부채만 늘어나 다 빚쟁이가 됐다”며 “이럴 때 정부가 돈을 안 쓰면 대체 언제 쓰나”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현 대통령)가 21일 인천 남동구 구월 로데오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부채 탕감 넘어 재기까지…소상공인 맞춤 금융 본격화

이 대통령의 소상공인 금융 공약은 단순한 부채 조정을 넘어 재기 기반까지 포괄하는 맞춤형 설계가 특징이다. 먼저 고금리 대출을 안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과 이차보전 지원사업을 확대한다. 사업 용도로 지출한 가계신용대출도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또 지난 2022년 출범한 ‘새출발기금’ 지원 자격을 완화하고 패널티를 축소한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채무를 떠안은 소상공인들이 손쉽게 채무조정 절차에 접근하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정책모기지·정책금융기관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월별 상환 부담을 줄이고, 자영업자가 폐업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고정비 지출이 많고, 대출을 갈아타고 싶어도 수수료 부담 때문에 기존 대출을 유지해온 자영업자들에게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부실채권 정리 전담기구인 ‘배드뱅크’ 설치도 제시했다. 배드뱅크를 통해 자영업자의 신용 회복과 재창업 기회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게 이 당선인의 구상이다. 특히 민간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형 배드뱅크는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울러 이 당선인은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한다. 기존 금융권에서 외면받던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여신심사로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심사 중인 제4인터넷전문은행 모델과도 방향성이 유사해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과 노후 대비를 위한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도입도 공약했다. 일정 기간 적립한 금액을 공제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공제금은 압류가 불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보호된다. 이 밖에도 금융회사 출연금 기반의 ‘서민금융안정기금’ 신설, 지역화폐 국고지원 확대 등 금융·복지·소비 진작을 함께 아우르는 3중 구조의 전략을 마련했다. 지역화폐는 민주당 선대위가 민생 단체들과의 정책 협약을 통해 실행 기반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전문가 “정책 취지엔 공감…실행·형평성은 숙제”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행력 확보와 형평성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직 인수 초기인 만큼, 실현 가능한 단계별 로드맵과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공약 재원 조달과 관련해 “재정 지출 구조조정분과 2025~2030년 연간 총수입 증가분 등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선관위에 밝혔다. 경제 회복에 따른 자연적 세수 증가를 전제로 한 재정 운영 계획이다.

민관 협력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민간 기업과 시민사회 조직, 사회적경제 조직, 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민관협력을 활용해 재정 부담은 줄이고, 정책의 효과는 높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정부 예산 일부와 함께 금융권 출연을 중심으로 수조원대 규모의 기금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배드뱅크, 저금리 대환대출, 이차보전 지원 등 다층적인 지원 체계를 감안할 때,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한 대출 지원을 넘어 채무조정과 소비 회복까지 고려한 구조는 정책적 완성도가 높다”면서도 “동일한 위기를 겪었음에도 성실히 상환한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세부 설계에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 출연 방식은 현실적인 접근이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설계 단계에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약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기존 제도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설계로 이어지는 후속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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