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3일, 전국 곳곳에서 투표 관련 112 신고가 잇따랐다. 사전투표 기간 중 불거진 선거 관리 부실 논란 속에 투표 당일에도 현장 혼선이 반복됐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지역 투표소 관련 112 신고는 총 81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착오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지만, 투표 절차 전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신고도 적지 않았다.
오후 1시 12분쯤 영등포구 서울당중초등학교 투표소에선 한 70대 여성이 “투표하지 않았는데 이미 투표한 것으로 돼 있다”는 말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확인 결과, 같은 관할 내 동명이인이 실제 투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관악구 인헌초등학교 투표소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들어왔다. “투표한 적이 없는데도 명부에 서명이 돼 있다”는 내용으로, 선관위는 현재 경위를 조사 중이다.
‘투표관리관 도장이 미리 찍힌 투표용지’를 둘러싼 신고도 있었다. 오전 9시 22분쯤 서울 서초구 한 투표소에서는 한 50대 여성이 “선거사무원들이 투표용지 하단의 일련번호를 떼어놓고 도장도 미리 찍어둔 것을 봤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투표관리관은 100매 이내 범위에서 미리 날인한 투표용지를 준비할 수 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유사한 신고가 이어졌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접수된 대선 관련 신고는 110건. 이 가운데 투표소 관련이 83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 신고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사전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한 선거 관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들이 식사 등을 이유로 투표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투표를 마치는 일이 벌어졌다. 투표소 대기 공간이 부족해 건물 밖으로 줄을 세운 탓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투표용지를 받은 선거인이 투표소를 이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대치2동 투표소에서는 대리투표 사건이 발생했다. 투표사무원으로 근무하던 강남구청 소속 60대 계약직 공무원 A씨가 남편의 신분증으로 대리투표를 시도하고, 이후 자신의 명의로 다시 투표에 나섰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었으며, 본인의 신분을 스스로 확인해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책임져야 할 인력이 불법 행위에 나서 국민 신뢰를 흔들었다.
여기에 중앙선관위의 내부 비리와 특혜 채용 스캔들도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2023년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등 20건 이상의 친인척 특혜 채용 정황이 적발됐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 관리 미흡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신촌동 사건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의 잘못으로 유권자 여러분께 혼선을 끼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일 투표에서 유권자들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