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변이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의 위협이 계속되면서 일회성 대응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방역 역량 구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단기간에 대규모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mRNA 백신 플랫폼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mRNA는 코로나19 백신을 200일 만에 상용화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정부는 국산 백신 자립화를 목표로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사업의 추진 배경과 방향을 짚고, 기술 경쟁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전략을 살핀다. [편집자주] |

코로나19 유행은 끝나지 않았다. 변이는 계속되고, 백신 확보 경쟁도 여전하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국산화에 나선다. 감염병 대응은 물론 백신 주권 확립을 위한 ‘100일 개발 체계’가 본격화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양한 변이체로 진화하고 있다. 2023년에는 오미크론 하위 계통인 XBB.1.5와 XBB.1.16이 유행했으며, 이후 JN.1 변이가 출현해 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됐다. 지난 5월엔 미국 내 감염자의 약 70%가 JN.1의 하위 변이인 LP.8.1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NB.1.8.1, LF.7 등 새로운 변이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홍콩, 중국, 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중심으로 재유행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변이 대응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 모더나는 LP.8.1 변이를 겨냥한 신규 백신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하고, 오는 8월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화이자도 같은 계열 변이에 맞서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빠른 대응이 가능한 배경에는 mRNA 플랫폼 기술이 있다. mRNA 백신은 병원체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면역 반응을 유도해 전통적 백신에 비해 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유전자 정보만 알면 수개월 안에 백신 생산이 가능한 만큼 대유행 상황에서 효과가 큰 기술로 꼽힌다. 이를 통해 화이자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임상 설계부터 긴급사용승인까지 단 200일 만에 백신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mRNA 백신의 강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플루엔자(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에볼라,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양한 감염병은 물론 암, 희귀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응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mRNA 플랫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100일 내 백신 개발’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정부 주도로 mRNA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의 개발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전량 해외에서 도입해야 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백신 수입에 들인 예산은 약 7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간 총 5052억원을 투입하는 ‘mRNA 백신 국산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질병청 mRNA백신개발지원단 관계자는 “단기 과제 중심의 지원으로는 플랫폼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제도·재정·인프라를 지원하고, 기술력 있는 민간 기업이 주도해 개발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비임상부터 임상 3상까지 단계별로 진행한다. 초기에는 복수 기업을 뒷받침한 뒤 성과에 따라 후속 단계를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개발 기업들은 모더나, 화이자 등의 기존 백신과 비교해 비열등성을 입증해야 한다.
정부는 국산 백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개발 완료 이후에도 ‘코로나19 고위험군 접종 사업’ 등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후속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표적 사례로 SK케미칼의 ‘세포배양 독감 백신’은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사업단 지원을 기반으로 개발돼 현재 국내 독감 백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매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업에 국산 mRNA 백신을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5년간 수입 백신의 약 10%만 국산으로 대체하더라도 약 3000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코로나19 mRNA 백신이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우리나라도 검증된 플랫폼을 갖추게 된다”며 “이는 향후 팬데믹 상황에서도 백신을 신속히 개발·공급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며, 암 백신이나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확장도 가능해 바이오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