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대선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에 실패해 중도확장성을 잃고 참패했다. 당 지도부가 대선 패배 책임으로 사퇴하면서 중도보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했다.
5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권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다”며 “사족을 붙이는 모습은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비상대책위원회도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는 알량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의원총회 전 퇴진해야 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황당한 비상계엄과 기득권을 누리면서 계엄을 옹호한 친윤들 때문에 3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퇴 요구가 커지자 의원총회에서 “보수의 재건을 위해 저부터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이번 대선 패배는 비상계엄과 탄핵 심판에 그치지 않았다. 이는 국민의힘의 뼈아픈 실책”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친한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남기면서 계파 갈등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힘을 음해하는 민주당의 논리를 칼처럼 휘두르고, 그들의 칭찬을 훈장으로 여긴다”며 “자해적 정치에 분노하는 국민이 많다”고 비난했다.
그뿐만 아니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전원 사퇴와 신임 원내대표 선출, 조기 전당대회 준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선 패배로 친윤계 지도부가 물러나는 만큼 다시 꾸려질 지도부는 중도보수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이 명확하다. 윤 전 대통령 절연 실패로 인한 ‘중도확장성’ 붕괴와 친윤계가 대선 중 당권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라며 “혼란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중도보수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성 지도부가 들어온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프레임’으로 끊임없이 공격할 것”이라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중도보수 지도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중도보수를 상징하는 인물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를 해제하기 위해 국회로 온 한 전 대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1차 탄핵 표결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안철수 의원이 있다.
제21대 대선후보를 선출한 ‘제5차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와 안 의원은 중도보수를 상징하는 후보로 각각 2강과 4강에 안착했다. 또 한동훈 전 대표는 21대와 22대 국회에서 당내 중도보수 계파인 ‘친한계’를 이끌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중도보수를 표방한 제3지대인 국민의당을 이끈 바 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국민의힘은 위기에 봉착했다. 잘못하면 위헌정당 해산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며 “중도보수 색채를 가진 인물 중 싸울 줄 아는 사람이 집권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 구조상 윤 전 대통령 절연과 민주당 대응이라는 점에서 한 전 대표가 더 선명하다. 다만 친윤계에서 ‘청산’ 위협으로 안 의원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있다”며 “계파를 이끄는 한 전 대표와 주류의 지원을 받는 안 의원 간 경쟁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