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OEM 구조, 위생 사각지대?…“책임 공백 우려”

‘편의점 도시락’ OEM 구조, 위생 사각지대?…“책임 공백 우려”

OEM 의존 높은 납품구조 위생 문제 반복…“본사도 관리 책임”
상생협약 대기업 공장 증설 제한에 “품질관리 필요” 목소리
지난달 제조기한 허위표기 업체 ‘영업정지 7일’ 처분 예정

기사승인 2025-06-10 06:00:10
서울의 한 편의점의 즉석섭취식품 매대.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이다빈 기자

잇따른 편의점 도시락 위생 관리 문제에 업계는 위탁생산(OEM) 의존이 높은 납품 구조 상 제조 책임 소재와 품질 관리 체계에 대한 제도 개선 필요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대기업의 도시락 제조 참여가 상생협약으로 제한되고 있다며 품질 관리 강화를 위해 일정 수준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성과 품질을 담보하려면 직영 제조시설 확대 등 본사 유통기업의 역할도 어느 정도 허용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편의점 도시락은 지난 2020년 8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마련한 ‘도시락류 제조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으로 대기업의 생산 및 유통 방식이 일정 제한되고 있다. 해당 협약은 도시락 시장의 성장에 따라 중소 도시락 OEM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됐다.

협약 내용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은 학교·기업·군납 등 공공에 납품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직영 제조시설 확대가 자제되고 중소기업 OEM 비중 확대 노력 등도 포함됐다.

이에 대기업은 자체 생산시설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며 도시락 생산은 주로 외주 OEM 방식을 택하게 됐다. 일각에서 위생·품질 관리에 있어 책임 주체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 관계자는 “상생협약이 체결될 당시에는 전국 편의점 수가 3만개였지만 현재는 5만 개로 늘어난 만큼 현실에 맞게 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이 편의점 도시락을 선택하는 이유는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대기업 유통 브랜드에 대한 신뢰 때문이므로 보다 믿을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을 위해 대기업의 일정 수준 개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대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도시락 제조공장 증설에 소극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상생협약이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며 시장 질서와 책임에 기반한 협력적 내용으로 구성됐다”며 “특히 대기업들의 매출과 이어지는 사항에 대해서는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생협약으로 보호받는 직접적인 대상은 공공조달 도시락 시장이며 편의점 도시락 시장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달에도 도시락 납품 제조업체에서 비롯된 위생 문제가 연이어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지방의 한 식품제조·가공업체가 편의점에 납품하는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 제품의 제조 시간을 허위로 표기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업체를 고발한 상태다.

편의점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제조업체에서 반복적으로 위생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납품 계약상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히 행정처분만으로는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생 문제가 발생한 제조업체는 식약처나 인허가 지자체로부터의 처분은 받지만 편의점 본사가 직접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즉석섭취식품 제조업체에 위생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사 차원에서 공정 확인과 개선안 요청 등 시정 조치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며 “비록 제조사의 책임이 크지만 본사도 일정 부분 책임을 인식하고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태 조사나 납품 계약 차원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계약이 해지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 업체 관계자도 “납품 계약 관련 사항은 본사의 내부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위생 문제가 발생한 업체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의 관리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위반 사실이 적발된 해당 제조업체는 영업정지 7일 처분을 받을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관련 법령 기준에 따라 영업정지 7일에 해당하는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HACCP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반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할 지자체 식품위생과 관계자 역시 “현재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처분 통지를 진행 중이며 업체 의견 제출 절차를 거쳐 관할 식약청의 판단에 따라 최종 처분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다빈 서명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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