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덤핑쇼크’ 나비효과…국내 車산업 ‘저가 쓰나미’ 위기

중국 전기차 ‘덤핑쇼크’ 나비효과…국내 車산업 ‘저가 쓰나미’ 위기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 최대 47% 할인…국내 완성차 수익성 직격탄
공급과잉·재고 누적으로 저가 출혈경쟁 심화, 글로벌 시장 판도 흔들
전문가 “가성비·기술 혁신 없으면 한국차, 해외시장서 설 자리 좁아진다”

기사승인 2025-06-12 06:00:08 업데이트 2025-06-12 07:36:42
지난 1월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전기차 아토 3 등 차량이 공개되고 있다. 왼쪽부터 씰, 아토3, 씨라이언7. BYD 제공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대규모 가격 인하가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저가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본격적인 ‘가격 전쟁’ 압박을 받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과잉 생산과 재고 누적, 글로벌 관세 장벽, 선두업체 BYD의 유동성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저가 공세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전년 동기 대비 44.2%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던 중국 전기차 시장은, 단 한 달 만에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를 중심으로 지리, 샤오펑, 체리 등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최대 30% 이상 가격을 인하하며 점유율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BYD는 최근 22개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 인하했고, 지리, 샤오펑, 체리 등도 8~47% 수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대표 모델 ‘실’은 34% 하락, 저가형 ‘시걸’은 1300만원대에서 1050만원대로 낮아졌다. 

이 같은 ‘치킨게임’ 양상의 출혈경쟁은 중국 전기차 업계 전반의 공급 과잉에서 비롯됐다. 중국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연간 생산능력은 4000만대에 달한다. 하지만 내수 수요는 1400만대 안팎에 그치는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0년 20%에서 2024년 10%로 반토막 났고, BYD 등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 상태다.

국내 자동차 업계, ‘저가 공세’ 압박…수익성 악화 우려

이러한 공세적 가격 전략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유럽, 동남아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시장에서 중국과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전기차 보조금과 자체 할인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이라 중국 전기차 저가 공세가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관세로 차단돼 있지만, 유럽과 신흥시장에서는 저가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덤핑 수준의 가격으로 진입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가격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단순한 가격 대응보다는 차별화·프리미엄 전략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품질·서비스 등 차별화와 프리미엄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단기간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실적으로는 일정 부분 가격 경쟁을 따라가면서, 고급 브랜드 분리와 시장 다변화, 기술 혁신 등 다각적 어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전기차 시장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소수의 대형 업체가 살아남아 글로벌 시장에서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도 ‘가성비’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YD처럼 품질이 보장된 업체의 차량 가격 인하 시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올릴 수 있다”며 “BYD를 포함해 중국 완성차 업체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 해외 시장에 본보기가 될 수 있어 향후 국내 완성차 업체는 가성비 좋은 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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