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만점 통장도 탈락…서울 청약 시장, 가점 인플레 최고

4인 가족 만점 통장도 탈락…서울 청약 시장, 가점 인플레 최고

기사승인 2025-06-19 11:00:04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곽경근 대기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청약에서 4인 기준 만점 점수인 69점을 받고도 탈락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지 않는 한 청약 가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대성 베르힐’ 일반분양 전용 84㎡A타입 1순위 청약에서 최저 당첨가점 71점, 최고 당첨가점 77점으로 평균 72.23점을 기록했다. 4인 가족 기준 만점 점수인 69점으로도 탈락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청약 만점 69점은 무주택기간(15년 이상 만점) 32점, 청약통장 보유기간(15년 이상 만점) 17점, 부양가족 20점을 더한 점수다. 고덕강일 대성 베르힐 청약에 최소 5인 이상 가구면서 무주택기간을 오래 유지한 청약자들이 몰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 단지 전용 84㎡B‧C타입과 전용 101㎡ 타입에서는 최저 당첨가점이 69점을 기록했다.

앞서 분양한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의 최저 당첨가점도 69점이었다. 지난해 12월 당첨자를 발표한 방배동 ‘아크로 리츠카운티’도 일반공급 최저 가점이 69~72점에 달했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큰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어 청약 경쟁률이 치열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가를 정부가 정한 산정 기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직방이 올해 분양된 단지들의 1순위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22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26.2대1이었다.

청약 당첨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위장전입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약 2만6000가구)을 대상으로 공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정청약 사례가 390건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27건) 대비 263건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직계존속 위장전입’으로 243건(62.3%)에 달했다.

정부는 청약 시장 안정을 위해 제도 손질에 나서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부양가족 수 가점을 높게 받기 위한 위장전입 등이 만연하자 부양가족 점수 산정 때 실거주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부양가족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추가로 확인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청약 시장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이 가능한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며 “거기다 비(非)아파트 거주 무주택자까지 인정해 주는 식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4인 가족 가점 만점자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청약이 가능한 물량 자체가 늘어나지 않으면 청약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기존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실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청약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꺾이지 않고서야 청약 시장 경쟁은 치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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