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대출 탕감’ 현실로…성실 상환자 박탈감은 숙제

李정부 ‘대출 탕감’ 현실로…성실 상환자 박탈감은 숙제

기사승인 2025-06-19 17:12:20 업데이트 2025-06-19 17:13:08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정부가 장기 연체자의 소액 채무를 일괄 사들이는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조정에 나선다. 다만 어려운 살림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들과의 형평성 논란은 과제로 남았다.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의 2025년도 2차 추경안에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 4000억원, ‘새출발기금’ 개선안을 위한 예산 7000억원이 포함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부채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 왔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1년 4분기 0.52%에서 2024년 4분기 1.67%로 3배 이상 뛰었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현실을 토대로 “정부가 (코로나19 시기 국민의) 채무 조정을 넘어서서 정책자금 대출 일정 부분은 탕감해줘야 한다”며 ‘배드뱅크 설립’ 공약을 내놨다.

배드뱅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매입 대상 장기연체채권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 채권이다. 기준이 ‘7년 이상’인 이유는 연체정보가 공유되는 최장기간이자, 파산·면책 후 재신청이 가능해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송병관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이번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장기간 빚의 늪에 빠진 이웃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재기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 차원에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신설·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무조정기구는 협약을 맺은 금융회사로부터 해당 채권의 1~5% 가격으로 일괄적으로 매입한다. 송 과장은 “최대한 많이 매입하려면 매각하는 금융회사들의 저항이 적어야 한다”며 “캠코가 매입할 때 회계법인을 통해 매입 가격 테이블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예산을 신청할 때는 매입가율을 5%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매입한 채권은 추심이 즉시 중단된다. 이후 관계부처의 행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채무자의 소득·재산을 심사한다. 채권 소각 대상은 상환 능력을 전부 상실해 개인 파산에 준하는 경우다. 중위소득 60% 이하(재산)인 개인이 회생·파산 인정 재산 외에 처분 가능 재산이 없는 이들로 한정했다. 빚 일부를 갚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원금의 최대 80%까지 감면하고, 남은 금액은 1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으로 조정한다. 

총 소요재원은 약 8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추경 예산과 금융권 협조로 재원을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송 과장은 “정부는 마중물 역할로 400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금융권이 부담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금융권으로부터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재단에 남아 있는 재원 등을 활용할 여지도 있다. 총 8000억원을 확보한다고 가정할 경우, 16조4000억원의 연체채권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추정 수혜 인원은 113만4000명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운영 중인 새출발기금도 개선한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부담 완화를 위한 원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이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에 대해 원금 감면, 금리 인하, 상환 기간 연장 등을 통해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총채무 1억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의 저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채무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한다. 중위소득 60%는 법원 개인회생절차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생계비 기준에서 마련됐다. 

분할 상환 기간은 기존 10년에서 20년까지 늘어난다. 기존에는 상환능력에 따라 채무원금의 60~80% 감면, 최대 10년 분할상환을 제공해왔다. 지원 대상도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 사업영위자까지 확대한다. 기존에는 2020년 4월부터 2024년 11월 사업영위자가 대상이었다. 수혜 규모는 10만1000명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는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정태호 경제1분과장은 이날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각에서 도덕적 해이 우려를 제기하나, 이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재정의 역할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불법추심 등 장기간 채무상환 압박에 놓인 취약 소상공인의 입장을 고려하면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 역시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누구나 장기 연체자가 될 수 있고 사회 통합과 약자에 대한 재기 기회 제공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한다”며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만을 엄격하게 선별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고의로 빚을 갚지 않고 버틸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추심·압류 등 연체자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막대한 만큼, 제도의 남용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