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천시는 도남동 청못(靑池) 옆 ‘영천 청제비’가 20일 국가유산청 고시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유산(국보)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영천 청제비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 청제 축조와 원성왕 14년(798년) 수리 과정을 양면에 새긴 희귀한 비석으로, 신라의 토목 기술과 재해 대응 체계, 정치·행정·사회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국가유산청은 “비석 양면에 시기를 달리하는 명문이 새겨진 사례가 드물고, 원위치에 보존돼 있어 국보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지정 사유를 설명했다.
이번 지정으로 영천시는 기존 국보인 거조사 영산전에 이어 국보 2건을 보유하게 됐다.
영천시는 앞으로도 지역 문화유산의 방치 예방과 체계적 보존을 위해 지정문화유산 신청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영천 청제비는 신라시대 대표 저수지인 청제의 축조와 수리 내역을 자연석 양면에 기록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수리비로, 앞면에는 536년 최초 축조, 뒷면에는 798년 보수정비 당시의 동원 인원과 공사 규모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비문의 서체는 6세기 신라 특유의 자유분방한 서풍을 띤다.
비석 옆에는 1688년 조선시대 지역 유림이 두 동강 난 비를 다시 맞춰 세운 사실을 기록한 ‘청제중립비’도 원형대로 남아 있다.
영천시는 청제비 보호 비각을 건립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하며, 청제비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경북도, 국가유산청과 협의할 계획이다.
앞서 영천시는 청제와 청제비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문화유산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영천 청제비가 이제는 지역을 넘어 국민 모두가 소중히 여겨야 할 국보가 됐다”며 “앞으로도 방치된 문화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영천시가 역사문화도시로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영천=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