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북특별자치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제21대 대선이 끝나면서 전북에서는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김관영 지사는 완주 방문을 재추진하고, 유희태 완주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주민갈등이 우려되므로 행안부에서 통합 찬반 여론조사 실시해줄 것을 제안하는 등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이다.
전주·완주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김 지사는 오는 25일 완주군청을 방문, 군민과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김 지사의 완주 방문은 통합에 반대하는 군민들의 반발로 두 차례나 무산됐고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김 지사는 지난해 7월 26일 군청에 도착했으나 완주군민들이 ‘김관영은 물러가라’ 등의 피켓을 들고 격렬하게 항의하자 발길을 돌렸고, 올해 3월 13일에도 연초 시군 방문 일환으로 완주를 방문하려 했으나 대통령 탄핵 심판 등 정치적 사항으로 연기했다.
김 지사의 이번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지역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지역 주도 행정체계 개편’이 추진되면, 완주·전주 통합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격적으로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완주군의회 방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군의원들이 사퇴를 불사하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군의회 방문과 군의원 만남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유 군수는 지난 16일 "행정안전부에서 완주‧전주 통합 여론조사를 통해 과반수 이상 주민이 반대할 경우 즉시 통합 논의를 중단하자”고 밝혔다.
유 군수는 ‘지방시대위원회도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지역주민의 지지와 공감대 확보를 전제로 통합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듯이, 무엇보다 완주군민들의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행정안전부 주관의 여론조사를 선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완주·전주 통합 추진 때는 행안부 완주군민 여론조사에서 통합찬성 34.3%, 반대 61.6%로 나와 주민투표에 붙이지 않았으며, 2012년에는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 여론조사에서 완주군민 찬성 여론이 52.2%로 높게 나와 주민투표에 붙였으나 투표에서는 반대가 많아 통합이 무산됐다.
유 군수는 또 전주시의 상생발전 비전에도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유 군수는 “전주시가 전주시민 의견 수렴조차 하지 않은 일방적인 비전 발표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전주시 발표는 완주군과 사전 상의도 없는 ‘전주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주시는 앞서 완주군과 통합되면 행정구 4개를 설치해 구청 기능을 확대하고, 전주시의 교육지원사업을 완주 지역으로 확대하며, 전주시 ‘청춘 별채(월 1만원 임대주택)’ 사업을 완주 대학가와 산업단지에 우선 도입해 청년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또 완주군에 대규모 노인종합복지관을 건립하고 보건소 완주군 지정과 확대 운영, 노인복지예산 연평균 증가율 8% 이상 증액, 단독주택 도시가스와 상하수도 시설 공급 확대, 혐오·기피시설의 완주군 미설치 등도 약속했다.
전북자치도의회에서도 완주·전주 통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윤수봉 의원은 도정질문에서 ‘완주·전주 통합은 완주군민의 뜻을 짓밟는 무리한 추진’이라고 강조하고, 김 지사는 통합이 실패할 경우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라며 김 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완주만의 출산장려금, 청년 전세자금 이자 지원 등 복지정책이 통합 이후 사라질 수 있고, 임의적인 재정 특례는 결국 장기적인 재정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통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전주시는 60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한 상태로 통합을 통해 재정위기를 덮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완주·전주 통합이 급하게 돌아가는 것은 내년 6월 3일에 있을 제9회 지방선거 일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합자치단체 설치에 관한 법(가칭)이 제정되려면 3개월 정도가 걸리고 법 제정 이후 행정정보망 통합과 예산 정비, 선거구 획정 등에도 3~4개월이 소요돼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선 8월 주민투표가 사실상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시일이 촉박해지면서 통합 논의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논의가 공론에 의한 설득보다는 강요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통합 주장이 일부 단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퍼질 뿐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전북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지역 국회의원 간 입장 차가 있어 당론을 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당 차원의 개입을 유보했고, 통합 대상 완주가 지역구인 안호영 의원은 이해충돌 논란을 의식한 듯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더욱이 전주시 등 발표가 특정 사실만을 부각하고 불리한 내용은 배제하는 등 정보 왜곡 사례도 지적된다. 통합의 실체에 관해 정보가 정확히 공개되고 다양한 시각이 균형 있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완주군민의 민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에만 치중돼 주민의 판단을 가로막고 진실을 호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주시민을 위한 청사진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전주와 완주는 역사적으로 한 뿌리이고 생활권, 경제권을 공유하는 관계지만 격렬한 찬반 갈등으로 구체적인 추진 동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마냥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방적인 통합 추진은 주민들에게 많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완주군민들은 지금도 지속되는 통합 논의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고, 주민들 간의 또는 지역 간의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주시민이든 완주군민이든 지역주민의 지지와 공감대를 확보하는 일이다. 또 통합은 정해진 결론이 아니라,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의 정당성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