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한국의 건축 문화 활성화에 나선다. 경쟁력 있는 국내 건축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을 돕는 동시에, 국내 대형 프로젝트 참여 기회도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울 건축물을 매력적으로 바꾸고 도시 경쟁력과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4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K-건축 문화 종합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오는 2030년까지 △건축가들의 국내 프로젝트 참여 기회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 △국제 도시공간 디자인상 신설 △혁신 건축가 발굴 및 지원 △건축가 존중 문화 정착 등 4대 분야 11개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은 총 297억원이 투입된다.
K-건축 문화 종합 지원 계획은 국내 건축가의 창의성과 가능성에 적극 투자해 한국의 건축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핵심은 국내 건축가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부터 약 40일간 19명의 건축가와 간담회를 가지면서 현장의 고충을 전해 들었다”며 “충분한 역량과 열정을 가진 건축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선 국제설계 공모에서 국내 건축가의 참여 비율을 최대한 확대한다. 설계 공모 보상금도 기존 1억원 이내에서 3억원으로 늘린다. 공모에 선정된 건축가는 국내외 전시와 홍보, 공공사업 협업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어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와 국제건축가연맹(UIA) 세계건축대회 등 유수의 국제 행사에서 ‘K-건축 홍보관’을 운영해 국내 건축가들을 알릴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적 권위를 지닌 ‘서울 국제 도시공간 디자인상’을 제정해 2년마다 시상할 예정이다. 해외 저명 심사위원이 참여해 체계적인 심사를 실시하며, 오는 2027년 첫 수상작이 발표된다. 지속가능한 도시건축 발전을 위해 관련 재단도 설립할 예정이다.
기존 ‘서울시 건축상’은 건축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건축가 발굴을 위해 다음달부터 ‘신진건축가상’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젊은 건축가들이 주목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전시·홍보는 물론 서울시 공공건축사업 공모 참여를 지원한다. 건축가뿐만 아니라 우수한 디자인을 수용한 건축주, 품질 높은 시공을 완수한 시공자에게도 상장을 수여한다.
시는 앞으로 신진 건축가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설계 기획안으로만 우선 선발하는 ‘2단계 공모’와 ‘디지털 공모 심사’를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2단계 공모는 1차 심사를 통과한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2차 심사를 진행해 건축물·공간 환경에 대한 건축·조성 설계안을 선정하는 설계 공모 방식이다. 또한 디지털 공모는 설계 공모 전 과정에서 종이를 없애 중·소규모 건축가들의 비용과 시간을 절감시켰다.
건축가 존중 문화 정착을 위한 행정적 지원도 강화된다. 시는 실명제, 착공·준공식 설계자 초청 등을 통해 건축가 존중 문화가 현장에 자리 잡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 유휴공간을 건축가용 공유오피스로 제공하는 등 신진 건축가의 활동도 지원한다. 이에 더해 정부와 협력해 도시 건축 디자인 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규제 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분야가 있다면 건축 분야가 아닌가 싶다”며 ”올해부터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설계된 건축물을 속속 완공시켜 서울을 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