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평화를 품다"… 6·25 75주년 맞아 종교인들 '종교평화선언'

"종교가 평화를 품다"… 6·25 75주년 맞아 종교인들 '종교평화선언'

불교·기독교·천주교 성직자, 유엔기념공원서 세계평화 기원

기사승인 2025-06-26 14:53:01
26일 UN 기념공원에서 국제종교연합이 '종교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전몰장병의 넋을 기리고 있다. 국제종교연합제공 

"우리의 소망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여 사랑으로써 모두가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종교의 벽을 허문 성직자들이 한반도 평화와 인류 화해를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26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이 자리한 이곳에 불교·기독교·천주교 성직자들이 모여 '종교평화선언문'을 공동 낭독하고, 전몰장병의 넋을 기렸다.

이날 행사는 종교 간 협력을 통한 평화를 목적으로 출범한 국제종교연합(IRU)이 주관했으며, 정여 이사장(범어사 금정총림 방장)을 비롯해 김계춘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임영문 목사(평화교회), 정오 스님(범어사 주지), 신요안 신부(안락성당) 등 각 종단을 대표하는 인사 7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선언문에서 '종교는 인류의 평화와 치유를 위한 도구'임을 강조하며, 분쟁과 혐오를 넘어 상생과 공존의 길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장 먼저 선언문을 낭독한 김계춘 신부는 "종교는 사랑으로 치료하고, 자비로 보듬고, 나눔으로 실천하며 소외된 삶을 위로해야 한다"며 "미움과 원망이 전쟁을 낳는 시대에 종교인들이야말로 평화를 실천해야 할 주체"라고 말했다.

이어 정여 스님은 "우주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우리는 모두 하나의 소우주"라며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지구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영문 목사는 "각 종교의 교리와 전통을 존중할 때, 사랑과 평화의 흐름이 세상을 물들일 것"이라며 "작은 공동체에서 시작된 인성이 회복될 때, 그 빛은 국가와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평화선언문 낭독에는 정오 스님, 신요안 신부, 정근 장로도 함께 참여해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평화의 시작"(정오 스님), "아름다운 정신이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한다"(신요안 신부),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이며, 종교 역시 사랑으로 공존해야 한다"(정근 운영위원장)고 뜻을 모았다.

참배와 선언, 그리고 ‘기억’… 전몰장병 넋 기려

이날 참가자들은 선언문 발표에 앞서 유엔기념공원 추모관에서 영상 시청, 헌화 및 참배, 추도사 낭독 등의 순서로 전몰 유엔군 장병을 추모했다. 공원 측 해설사의 안내로 한국전쟁 당시의 숨은 이야기와 묘역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도 가졌다.

한편,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는 22개국에서 4만여 명이 넘는 청년들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2300여 명이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참전국은 미국, 영국, 튀르키예 등 전투병을 파병한 16개국과 의료지원을 맡은 6개국이다.

서영인 기자
igor_se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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