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이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석유화학 등 본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화장품 등 신사업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사업재편에 따른 자금 조달 과정에서 교환사채(EB) 발행을 놓고 금융당국 및 2대주주 등이 제동을 걸고 있는 형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올해 1조원, 내년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애경산업의 인수 예비입찰에서 적격 인수 예비후보(숏리스트)에 올라있다. 사측은 관계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가 애경산업 인수전에서 본입찰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애경그룹은 매각 금액으로 6000억원 정도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태광산업은 서울 성수동에 보유하고 있는 약 1만m²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 부지 등 알짜배기 땅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여러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놓고 인수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업재편은 본업인 석유화학 부진에 따른 것이다. 업황 불황이 지속되면서 태광산업의 매출액은 2022년 2조6066억원에서 지난해 2조1218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보유 현금이다. 태광산업은 신사업 투자 자금을 외부 조달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금이 1조9000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이 되지 않는다.
기존 석유화학 및 섬유 부문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고,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가량의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또, 석유화학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이 멈추면서 시설 철거 및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일부 나일론 생산공장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도 조만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면서 “이들 공장이 중단할 경우 매출 없이 고정비만 지출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예비운영자금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약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을 의결, 이달 중 발행해 조달하는 자금을 사업재편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선 자사주가 교환 대상인 교환사채 발행이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법행위 중지’ 목적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금융감독원은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자사주 처분 상대방을 공시하지 않았고 조달 자금의 사용 목적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태광산업은 1일 다시 이사회를 열고 교환사채 발행 대상을 한국투자증권으로 확정했으며, 자금 확보 목적은 회사 생존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재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