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성장률 0.8%로 또 하향…관세 담판 실패시 ‘직격탄’

韓성장률 0.8%로 또 하향…관세 담판 실패시 ‘직격탄’

IMF, 올해 한국 성장률 1.0%→0.8%로 조정
“실패 시 회복 불가능한 GDP 손실”

기사승인 2025-07-31 06:00:05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또다시 낮췄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0%대 성장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IMF는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0.8%로 제시했다. 지난 4월보다 0.2%포인트(p) 낮은 수치다. 지난해 10월 2.2%에서 올해 1월 2.0%, 4월 1.0%로 떨어진 전망치는 결국 0%대에 진입했다. IMF가 한국 경제 성장률을 0%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망은 ‘조건부’다. 미국의 관세 발효일인 오는 8월1일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연장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내놨다. 만약 미국이 고율 관세를 그대로 발효할 경우,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관세율 조정을 위한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의를 진행했다. 31일에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의 최종 담판을 앞두고 있다. 구 부총리는 지난 29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을 중심으로 한미 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상안이 마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조선업 등 중장기 협력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는 막대한 부담이다. 상호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제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주요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전망이다.

관건은 ‘상호 관세율’이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은 각각 15% 관세율로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타결했다. 애초 한국과 일본은 25%, EU는 30%의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일본과 EU가 이를 대폭 낮춘 것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은 대미 수출품 구성이 유사한 만큼, 한국만 25%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르면 2주 내 발표될 반도체·의약품 등 개별 품목의 관세율도 15%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15%’를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상태로, 이를 초과할 경우 사실상 협상 실패로 해석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문제는 관세 인하에 요구되는 대가다.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원), EU는 6000억 달러(약 83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통해 관세 인하를 이끌어냈다. 반면 한국은 약 1000억 달러 상당의 투자와 미국산 에너지·항공기·무기 구매 등을 협상 카드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미국 측 제시액으로 전한 4000억 달러(약 553조원)에 한참 못 미친다.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한·미 관세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KIEP 분석에는 일본의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실제 손실은 이보다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 역시 관세 변수가 올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우리나라의 상호 관세율이 일본과 같은 15%로 낮아진다는 점을 전제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5월 전망(0.8%)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약간 안 좋은 정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호 관세율이 25%로 확정될 경우 GDP 성장률은 5월 전망보다 0%에 가깝게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권은 협상 결렬 시 원화 가치 급락과 주가 조정 등의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을 경고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기한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고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단기 주가 조정은 물론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 역시 “관세 협상이 좋지 않을 경우 수출 둔화에 따른 기업 투자심리와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