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열차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가운데 경찰, 검찰, 노동당국 등의 전방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각종 규정 위반 등 정황이 포착되면서 ‘후진적 산업재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사고 발생 직후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약 30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청도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렸다.
20일 오후에는 수사본부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작업자 대피 공간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구조적 안전 시스템 문제와 기관사 및 현장 관계자의 과실이 있었는지를 비롯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 원인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등 노동당국도 사고 원인 조사 및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근로자를 위한 관련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밖에 대구지검은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만들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검찰이 안전사고와 관련해 수사전담팀을 꾸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정부 차원의 조사에서는 코레일이 선로 2m 이내에서 작업을 할 때 열차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업무 규정을 어긴 정황이 드러났다. 코레일 업무 세칙에 따르면, 외측 레일 2m 내 위험지역에서 작업을 할 때는 차단(선로 열차 운행 중단) 상태를 갖춰야 한다.
특히 근로자들은 철로 주변 경사면 훼손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상례(선로 열차 운행)작업 인가를 받고 선로에 들어섰으나, 해당 현장에 접근하려면 선로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어 사고 위험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당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당초 코레일과 맺은 계약 업무가 아닌 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 근로자들이 소속된 업체는 경부선 철도 주변 교량·터널 점검을 위한 용역계약을 하고 관련 업무를 해왔지만, 최근 내린 폭우 피해 등을 이유로 코레일은 2∼3주 전 해당 업체에 당초 계약 내용에 없는 주변 경사면 점검을 지시했다.
이에 해당 업체는 현장 안전관리를 담당할 인원을 급히 섭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터널·교량 점검 업무를 하던 인원을 불러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업무에 계획에 없던 지시까지 급하게 수행해야 했던 탓에 급조된 안전대책에 의지한 채 근로자들이 현장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최근 수해로 인해 피해 여부를 점검해야 하는 지점이 발생해 업체 측과 협의해 추가 위탁비를 지급하기로 하고 점검을 실시한 것”이라며 “업체 측이 해오던 작업과 유사한 형태의 상례작업이었던 만큼 기존에 마련돼 있던 안전 수칙을 이번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사고 발생 직후 현장을 찾아 “일어나선 안 될 후진적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라며 “각종 산업안전 의무 위반이 드러나면 강력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