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이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위법하다며 제기한 퇴직금·위자료 청구 사건의 첫 변론기일이 26일 열렸다.
전공의 측은 당시 지위와 근로계약 등을 고려할 때 정부의 사직서 수리 거부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련병원과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적법한 조치였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지은희 판사는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사직 전공의 현모 씨 등 2명이 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퇴직금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을 진행했다.
전공의 측 대리인은 “국립중앙의료원 수련 계약은 1년 단위로 종료돼 (사직서 제출 당시) 현씨 등이 전공의 지위가 아니었다”며 기간제 근로계약인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직무 유지 의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행정행위에는 공정력이 있어 수련 계약이 끝난 뒤에도 현씨 등의 전공의 지위가 유효하다”며 사직서 불수리는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공정력은 행정행위에 흠결이 있더라도 권한 있는 기관이 취소하기 전까지는 유효한 것으로 보는 법적 개념이다.
정부도 “전공의들이 근무했다면 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한 건 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2월 내렸다가 약 4개월 만에 철회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역시 직업의 자유와 근로권을 침해하지 않은 적법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대우학원, 한양학원, 영남학원, 성광의료재단 등을 상대로 제기된 다른 사직 전공의들의 손해배상·퇴직금 소송도 함께 변론을 진행했다.
전공의 측은 “정부의 위법한 명령으로 병원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원고들의 면허가 등록돼 다른 병원에서 일하거나 개원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정부 명령은 적법했고, 기간 약정이 있는 수련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부 역시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손해액과 금지명령 사이 인과관계도 없다고 했다.
전공의 대리인은 “전공의가 빠져도 의료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사람이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나, 재판부는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했다는 건지, 집단 쟁의행위 제한 주장인지 취지가 불분명하다”며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총 5건의 소송에 대한 변론을 마치고, 선고를 오는 10월 14일에 내리기로 했다.
앞서 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정부는 이보다 앞서 의료법에 따른 진료 유지 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가 약 4개월 뒤 철회했다. 이에 전공의들은 지난해 6월부터 정부와 수련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