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용산 참사 사건 당시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YMCA·녹색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들은 21일 성명을 내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안전장치 있었나 없었나
전국철거민연합 등은 시위 진압 당시 위험성이 충분히 감지된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철연 관계자는 “당시 일부 농성자가 불길을 피하기 위해 난간을 잡고 매달리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현장에는 에어 매트리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장에 출동했던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시위 초기에는 매트리스를 깔았지만 진압이 본격화되면서 화염병 등이 바닥으로 떨어져 치울 수밖에 없었다”며 “에어 매트리스가 비닐 재질이라 시너와 화염병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애초 용산소방서가 시위 현장에 갖고 갔던 에어 매트리스는 1장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2005년 오산·세교 택지개발지구 철거민 진압 당시 빌라 옥상에 농성 중인 시위대가 추락할 것을 대비해 매트리스 40장과 그물망 50개를 준비했었다.
또 진압 현장에 굴절사다리차가 1대만 있었고 그나마 인명 구조에 이용하지 않았다. 굴절사다리차는 고층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긴급 인명구조를 할 수 있는 특수차량이다. 용산소방서는 현장에 트럭, 살수차, 구급차, 경찰차 등 차량 수십대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어 주차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1대 밖에 배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진압작전 기획단계부터 안전장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너 화재를 물로 진화?
농성자들이 뿌린 시너에 불이 붙은 상황에서 물대포로 진화를 시도한 점도 의문이다. 시너는 물보다 가볍고 폭발성이 큰 인화성 물질로 물로 불을 끄려고 하면 되레 불길이 번진다.
경찰은 이미 시너가 뿌려진데다 망루 안에 상당량의 시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한데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용산소방서측은 “시너 때문에 산소 차단 역할을 하는 폼(foam) 소화제와 물을 섞어서 진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용역업체와 합동작전했나
전철연은 경찰이 용역업체와 함께 진압작전을 폈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연행된 철거민들은 검찰 조사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경찰 진압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옥상에 있던 망루 3층까지 진출해 막으면서 농성자들이 내려가지 못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수수방관 아래 용역업체 직원들이 폭력을 휘둘렀고, 경찰 진압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빠졌다는 것이다.
반면 경찰은 용역업체와 경찰은 무관하고, 용역업체는 사고가 일어난 건물 철거를 맡은 회사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해당 용역업체 관계자는 “19일 철거민들이 처음 건물을 점거할 때 우리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이후에는 건물 밖에서 대치·진압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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