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내외는 지난 연말 귀중한 선물을 받았다. 국회 의원회관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에게서 받은 갈색 장갑이다. 이 총재 내외가 성탄절 선물로 직원들에게 목도리와 양말을 선물해준 것에 대한 일종의 답례였지만, 이 총재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며 무척 감격했다는 후문이다.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는 이 총재의 최근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발언에서 ‘대쪽’ 이미지의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용산 참사에 대해 그는 “어렵고 힘들게 살아 온 한스러운 영혼들을 짓밟고 고층건물을 세운들 그것이 무슨 개발 성공이고 공공 질서 회복의 성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현안에 대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국회 폭력사태를 언급하며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자 “대통령이 나서서 정치위기로까지 극대화킬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 수사한 검찰에 대해 “실정법에 위반하기만 하면 무조건 처벌대상으로 보는 형식적 법치주의는 합법주의를 무기 삼아 국민을 억압하던 국가독재시대의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폭력국회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국민 앞에 패자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선진당이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의 틈에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이 총재의 변신과 적절한 정무적 판단 능력을 꼽는다. 당 관계자는 27일 “지난 대선 당시 책상 위에 올라가 즉석 연설을 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부터 새로운 ‘이회창 정치’가 시작된 셈”이라며 “비록 소규모 정당이지만 이 총재는 선진당을 창당 1년만에 정체성을 확실히 세웠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차별화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컨설팅 업체 민기획 정찬수 이사는 “이번 개각을 통해 이 대통령이 ‘MB식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만큼 앞으로 여야 대립이 더 격화될 것”이라며 “여야의 대립각이 커질수록 이 총재가 부각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총재가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재부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보수 이미지와 지지계층이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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