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중진의원들의 2일 청와대 오찬 회동 주제는 당·청 소통과 당내 화합이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57번째 생일을 맞은 박근혜 전 대표를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화합을 위한 모양새도 한껏 갖췄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시각차를 좁히기에 오찬 시간은 짧았다.
가장 먼저 오른 화제는 박 전 대표의 생일이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 환담장에 도착해 있던 박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눈 뒤 “오늘 또…(생일이라는데)”라며 박 전 대표의 생일을 거론했고, 박 전 대표는 웃으면서 “그렇게 됐다”고 화답했다.
오찬도 생일 축하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참석자들은 “사랑하는 박근혜의 생일 축하합니다”는 생일 축하곡을 함께 불렀다. 박 전 대표로서는 1979년 27번째 생일 이후 30년만에 청와대에서 생일상을 받았다.
생일케이크에 꽂힌 초 2개를 놓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20살처럼 젊게 사시라는 취지”라고 설명하자, 박 전 대표는 “200살이라는 뜻이죠”라고 농담으로 응수했다. 이 대통령이 “아니, 200살까지 살라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이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오찬 내내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사정이 어려우니까 당 생각이 난다”면서 “우리 당이 ‘숫자가 많고 화합은 안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게(화합)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돼 금년 1년 힘을 잘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해 국민을 안심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의 적극적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박희태 대표도 ‘다난흥방’(多難興邦·어려움을 겪고 나면 오히려 나라를 융성하게 할 수 있다)이라는 한자성어를 소개한 뒤 “대통령은 당의 정강과 정책을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한다는 당헌대로만 하면 다난흥방을 이룰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쟁점 법안과 관련해 “국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며 ‘속도전’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쟁점법안에 대해 정부가 보는 관점과 국민들이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며 “그런 문제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를 충분히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사회 통합도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이 될 것”이라며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회동에 참석한 조윤선 대변인은 “너무 밀어붙이지 말라는 식의 뉘앙스는 느껴지지 않았고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적 말씀으로 들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오찬이 끝난 후 좌석 뒷쪽 창가에서 2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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