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의 ‘거북이형’ 인사 스타일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거취 결정이 늦어지면서다. 숙고를 거듭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한 박자 늦은 인사로 화를 키운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요즘 들어 이 대통령이 인사와 관련해 자주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고 한다. 사건 무마형 인사 관행을 단절해야겠다는 의지다. 대형 사건이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해당 부처 수장들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물러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 부처 수장들을 교체할 경우 업무를 과단성 있게 추진할 인재들을 오래 곁에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터졌을때부터 사퇴론이 제기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5개월 이상 끌고 간 것이나 용산 참사가 터진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김 내정자를 여전히 ‘감싸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이 대통령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부분의 장관들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관행이 우리나라에서도 정착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며 “그런 탓에 예상치 못한 사건을 덮기 위해 분위기 쇄신용 인사를 하는 것에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최고경영자(CEO) 시절의 경험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 본인은 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지만, 정작 자기 사람을 많이 키우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된 만큼 이제 자신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을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또다른 쪽에선 그룹 총수 집안의 눈치를 보느라 ‘사람 잘라내기’에 소극적이었던 인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공무원 조직의 안정성과 사기를 고려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사건이 터질때마다 수장을 교체할 경우 해당 부처 전체가 흔들리고 자칫 ‘보신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 등 민원인들과 일선에서 맞부딪히는 부처의 경우 복지부동이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에서다. 한마디로 공무원 조직을 ‘내편’으로 끌어안기 위해선 인사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거북이형 인사 스타일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도 강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면 위기 국면에서 탈출하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위험이 있다”며 “인사도 하나의 정치 행위”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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