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일이 있어서 다행이야”…은빛배달부, 한겨울에도 ‘쌩쌩’

“그래도 일이 있어서 다행이야”…은빛배달부, 한겨울에도 ‘쌩쌩’

기사승인 2009-02-09 17:48:04

[쿠키 사회] 9일 오전 9시 서울 홍은1동 홍은종합사회복지관 ‘은빛 배달부’ 사무실. 12명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로 사무실이 꽉 찼다.

곧 전화벨이 울리고 꽃배달 주문이 떨어졌다. 첫 배달 순번인 강모 어르신이 재빨리 겉옷을 챙겨입고 문을 나섰다. 이어 9명이 순번대로 택배 배달을 나갔다. 오전 10시30분 사무실에는 3명의 배달부만 남았다.

지난 1월 서대문구로부터 고용된 이들은 평균 나이 70세로 택배를 주업무로 하고 있다. 은빛 배달부는 구의 노인 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3년 전 시작됐다.

이들의 하루 일거리는 1인당 평균 2∼3건. 그나마 요즘은 경기가 나빠 1건 정도로 줄었다. 아예 주문이 없어 업무가 끝나는 5시30분까지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일도 잦아졌다. 일당도 정부 보조금을 합쳐 월 평균 50만원에서 요즘은 30만원을 밑돈다.

김모(75) 어르신은 “하루 일감과 일당이 줄긴해도 일이 있어 다행”이라며 “요즘 경기가 안좋아 배달 가보면 젊은 사람들이 다 울상”이라고 전했다.

김 어르신은 택배 일을 시작하면서 건강도 되찾았다. 2006년 식도암 수술을 받고, 은빛 배달부로 나선 그는 “지하철 계단 오르내리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손꼽았다.

용돈도 벌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금상첨화’지만 서울 지리를 잘 몰라 헤매는 일도 많다.

“이건 무슨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야.”

지난 1월 채용된 ‘신참’ 이모(75) 어르신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자 3년차 ‘고참’ 김 어르신이 “부동산이나 파출소 가서 물어보고 그것도 안보이면 환경미화원한테 물어보면 된다”고 한수 가르친다.

은빛 배달부는 각종 노인 일자리 가운데 1년 내내 일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자치구에서 진행하는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고령을 감안해 4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몇년새 우리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 일자리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올해 서울시는 지난해(1만6027개)보다 7000여개 늘어난 총 2만3000여개의 노인 일자리를 마련한다. 5529개에 그쳤던 2005년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노동력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돌아오길 희망했다.

정 어르신은 “일을 하려는 노인 대다수가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벌려는 사람들”이라며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데서 한발 나아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치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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