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크게 늘어난 것은 끝날 줄 모르는 건조한 날씨 탓이 크다. 지난해 여름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려 땅이 건조해진 점도 올 들어 부쩍 늘어난 산불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10일 “여름에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건기인 가을과 겨울 산불이 예년보다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산불의 직접적 원인은 담배꽁초, 방화 등 사람들의 실수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불도 평소보다 크게 번져 산불이 돼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516㎜로 평년(721㎜)의 72%에 불과했다. 지난 여름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부 지방에 예상보다 오래 머물러 맑은 날씨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보통 한 해에 2∼3개의 태풍이 지나가는 데 지난해에는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도 하나뿐이었다. 가을부터 시작되는 건조한 날씨를 견딜만한 습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강원도 동해안과 영남지방에서는 겨울가뭄까지 겹쳤다. 이들 지방의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의 강수량은 180㎜로 평균인 36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가뭄으로 댐, 저수지의 담수량이 부족해 산불을 진화하는 헬리콥터가 용수를 취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 것도 산불이 격심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다. 현재 전국 15개 다목적 댐의 평균 저수율은 40%정도다. 지난해 같은 시기 저수율 60%에 비하면 3분의2 수준이다.
문제는 여름이 올 때까지 가뭄이 해소될만큼의 강수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통보관은 “봄에 비가 내리긴 하겠지만 많은 양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여름에 강수가 집중되므로 봄비로는 해갈이 안된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우기가 시작되는 6월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산림청은 최근 산불 급증과 관련 중앙산불상황실을 설치해 지난 5일부터 24시간 비상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헬리콥터는 항상 출동대기 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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