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은 고래고기를 먹지 않아 연구결과가 적지만 사실 고래고기는 수은농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환경운동연합이 2004년 표본조사한 결과 고래고기 샘플 113건 가운데 34건의 수은농도가 미국 잔류기준치인 1ppm을 초과했다. 평균 총 수은 오염치는 3.51ppm에 달했다.
수은,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만 문제가 아니다. DDT와 디엘드린 등 살충제, 절연제로 널리 쓰인 폴리염화비페닐(PCB) 등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과 다이옥신도 고래, 참치 등 먹이사슬의 높은 곳에 있는 바다생물에 고농도로 축적돼 있다.
육지에서 나오는 온갖 화학·오염 물질이 바다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한국인 다이옥신 섭취의 73.3%가 수산물을 통해 이뤄진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혈중 수은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수산물 섭취비중이 서구에 비해 5∼10배 높기 때문이다.
참치와 고래고기는 위험하지만, 멸치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2006년 국산 수산물 다이옥신 잔류 실태조사 결과 참치, 갈치의 다이옥신 잔류량은 멸치의 20배에 달했다. 수직적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바다생물에서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것은 생체농축 과정으로 설명된다.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이 한 단계씩 높아질 때마다 전달된 에너지량의 비율(에너지 효율)은 평균 10% 정도다. 섭취된 에너지의 대부분이 생물의 소화, 신진대사 활동에 이용되고 나머지가 체내에 남아 다음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단계에 속한 생물의 체내에 있는 중금속과 오염물질은 체내에 대부분 축적된다. 따라서 먹이사슬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전 단계 동물보다 몸무게당 7∼10배의 오염물질을 축적하게 된다.
바다에서 해조류·플랑크톤 → 멸치·새우 → 조기·고등어 → 참치·돌고래·바다사자 → 범고래·에스키모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서 오염피해가 가장 크고 가장 먼저 위기에 노출되는 것은 범고래와 에스키모다.
고래를 포함한 먹이사슬 꼭대기의 포식종은 개체 수 감소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해 준다.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중 하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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