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0개월이 흐른 지난 12일 로스쿨법 부수 법안인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당론으로 찬성해달라”는 원내 지도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서고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동조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여권 지도부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특히 변호사시험법 부결을 계기로 여권 내부에서 입법 속도전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로 속도전에 대한 회의론은 개혁 성향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은 17일 “2007년에 사학법 개정안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로스쿨법 통과에 합의해 주기보다 그때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쟁점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2월 핵심 쟁점 법안에 대해 뒤늦게 공청회가 있었다고 하지만 당내 여론수렴조차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법안은 통과 이후에도 많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속도전이 가능한 게 원내대표에 권한이 집중되는 현 정당 체제의 문제점 때문이라며 정당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정태근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과도한 원내대표의 권한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내대표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의사일정 전체가 마비되는 구조에서 탈피해 국회가 각 상임위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원내정당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초선 모임인 민본21 관계자는 “국회운영이 원내대표 협상장이 아닌 상임위원회가 핵심적인 논의의 장이 돼야만 청와대와 당 지도부 지침과 관계 없이 의원들이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닌 진정한 대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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