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KT는 올 초 이석채 사장 취임과 함께 정면돌파를 택했다. 지난 11일 고기능 인터넷전화기 ‘스타일폰’을 공개하면서 인터넷전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그동안 시들했던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사업을 KTF와의 합병을 계기로 되살릴 계획이다. KT의 신성장 무기인 스타일폰과 와이브로를 직접 사용해봤다.
◇똑똑하고 다재다능한 스타일폰=집전화 사용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통화 기능 외에 다른 것이 필요하다. 스타일폰은 여기에 주목했다. 집에서 쓰임새가 많은 멀티미디어 기기로의 진화다.
다음달 출시될 스타일폰을 18일 하룻 동안 써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탁상 달력처럼 생긴 단말기의 7인치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 치니 오전 오후 날씨를 알려준다. 출근길이 막힐까봐 걱정돼 교통정보 코너로 들어갔다. 자주 막히는 구간의 CCTV가 보인다. 다행히 아직 소통이 원활하다. 이런 전화기가 집에 있으니 퇴근할 때 “길이 막혀 늦었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여느 때와 달리 일찍 퇴근했다. 일과 중에 은행 업무 처리하는 걸 깜빡했다. 스타일폰에 IC 전용 카드리더기를 연결했다. 신용카드를 꽂아 잔액을 조회하고 계좌이체까지 했다. 홈ATM 코너에선 각종 지로 납부와 상품 결제, 현금서비스도 가능하다. 하이패스 카드가 있다면 충전도 할 수 있다.
친구가 보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3세대(G) 휴대전화와의 영상통화다. 친구 부부와 갓난 아기의 모습이 화면에 뜬다. 얼떨결에 전화를 받은 친구가 “무슨 폰이길래 번호가 070으로 시작하는데 영상통화가 되냐”고 의아해 한다. 영상통화는 동시에 3명까지 가능하다. 화면과 소리가 약간 느리게 전달되는게 아쉬웠다.
통화를 하면서 다른 친구에게 메모를 써서 보냈다. 터치스크린 자판을 찍을 수도 있지만 스타일러스펜으로 글자를 직접 썼다. 손글씨 형상이 사진파일 형태로 전송된다.
야식 생각이 났다. 지역정보 코너로 들어가니 우리 동네 치킨집 정보가 떴다. 한 군데를 골라 바로 주문했다.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엔 스타일폰으로 라디오를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달 말쯤으로 계획한 일본 여행이 떠올랐다. 스타일폰에선 아시아나항공 VRS 서비스가 된다. VRS란 음성 기반의 ARS에 영상을 더해 편의성을 강화한 서비스다. 출국하려는 날짜의 비행기 시간을 확인했다.
스타일폰은 이처럼 다양한 부가서비스라는 인터넷전화의 특기를 십분 살렸다. 최두환 KT 부사장은 “기존 인터넷전화 시장은 일반전화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 외에 별다른 강점이 없었다”며 “KT는 음성 위주 인터넷전화(VoIP)에 각종 데이터 서비스를 추가한 SoIP(Service over IP)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33만명에 그쳤던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올해 20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와이브로, KTF 3G폰과 결합=와이브로(사진) 단말기는 PMP, UMPC(휴대용 PC), 노트북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널리 쓰이는 USB모뎀(모델명 SWD-H300K)을 택했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와이브로 접속프로그램을 노트북에 내려받은 뒤 엄지손가락 크기의 USB모뎀을 끼우니 자동으로 인터넷에 연결됐다. 사무실, 집, 옥외 어디서든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에 관건은 속도다. 와이브로 USB모뎀은 초고속인터넷만큼 빠르진 않았으나 검색 등 흔히 쓰는 기능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인터넷이 급히 필요할 때 손쉽게 연결해 쓰기에 적당했다.
와이브로는 컨버전스(융합) 서비스에 더욱 적합하다. KT는 상반기 내로 KTF와 합병해 컨버전스 시대를 주도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오는 9월 와이브로와 KTF 3G 브랜드 ‘쇼(SHOW)’를 같이 쓰는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음성통화는 3G망을, 무선인터넷은 와이브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와이브로는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무선인터넷에 사용하는 HSDPA 방식보다 빨라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을 내려받는 데 편리하다.
이석채 KT 사장은 “KT·KTF 합병을 통해 데이터 중심 와이브로와 음성 중심 3G를 결합하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능가하는 혁신적인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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